뮤지컬 영화의 걸작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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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DVD 소프트는 뮤지컬이 장악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댄스 영화까지 더하면 날마다 춤과 노래로 지새워도 될 정도다.

먼저 뮤지컬의 걸작을 꼽아본다. 이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수많은 영화에 인용되고 있는 '사랑은 비를 타고',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모던 댄스와 노래의 팬터지인 '로이 샤이더의 재즈 클럽', 우크라이나에 사는 유대인의 애환을 그린 '지붕 위의 바이올린', 1960년대 히피 문화를 담은 '헤어', 진 켈리가 감독하고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주연한 '헬로 돌리' 등.

다음은 청춘 댄스 영화들. 디스코 열풍을 몰고왔던 '토요일밤의 열기'와 이의 속편 격인 '스테잉 얼라이브', 존 트라볼타와 올리비아 뉴튼 존이 짝을 이룬 '그리스', 컨트리 웨스턴 음악이 함께 하는 '도시의 카우보이', 제니퍼 빌즈를 스타로 도약시킨 '플래시 댄스', 케빈 베이컨의 힘찬 도약을 담은 '자유의 댄스'.

그리고 엘비스 프레슬리가 주연한 '러브 미 텐더''플레이밍 스타''와일드 인 더 컨트리',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이 멋지게 쓰인 마릴린 먼로 주연의 '7년 만의 외출'까지 더하면 올드팬의 추억의 음악, 춤 영화 여행은 완벽해진다.

이중 뮤지컬의 팬터지 기능에 충실하면서, 그 팬터지의 제공처인 영화 제작과정까지 들여다보는 자기 성찰적인 영화인 '사랑은 비를 타고'(12세·워너)와 '로이 샤이더의 재즈 클럽'(15세·폭스)을 적극 추천한다.

사실 이 두 영화는 워낙 많이 회자돼 다 본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단편적인 사전 지식을 버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다시 보면 사람의 몸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예술 작품임을 확인하게 된다. 영화 속의 춤과 노래 장면은 너무나 환상적이어서 천상의 춤인 것만 같다.

'사랑은 비를 타고'의 부록은 꼬박 사흘을 투자해야 다 볼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하다. 주연 배우 데비 레널즈가 주도해 감독·스태프·배우의 회고를 듣는 코너, 제작과정을 담은 메이킹 필름만 두편이다. 영화에 나오는 음악만 듣는 코너, 이 작품에 영감을 준 다른 영화 장면을 보는 코너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영화 전체를 되풀이해 봐야 한다.

뮤지컬의 명가 MGM을 빛낸 명프로듀서 아서 프리드가 제작한 걸작 뮤지컬을 짚어보는 다큐멘터리와 흑백 뮤지컬 명장면까지 보고 나면 할리우드 뮤지컬에 대해 한마디 할 수 있게 된다.

'로이 샤이더의 재즈 클럽'에도 주연 배우 로이 샤이더와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가 있지만 아쉽게도 우리말 자막이 없다.

DVD 칼럼니스트 oksunny@ym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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