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배한성씨 '티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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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소리의 마술사' 배한성씨는 자동차광이다. 국내 연예인 중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자동차를 탔으며 전문가 뺨칠 정도로 자동차 지식이 풍부한 성우다. 지금까지 그가 타 본 차 종류는 국산·외제를 합쳐 1백30여대를 헤아린다. 12년째 자동차 전문잡지에 신차 시승기를 쓰고 있으며 운전과 관련한 책까지 냈다. 안전운전을 위한 뮤직음반도 냈으니 가히 자동차 매니어라고 할 만하다.

그는 자동차 탐험도 서슴지 않는다. 최초의 국산 경차인 대우 티코가 출시돼 인기를 끌던 1992년 9월 티코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했다. 영국 런던을 출발해 53일 동안 2만㎞를 주파한 뒤 중국 베이징(北京)에 무사히 도착했다. 세계 최초의 경차 장거리 주행 기록을 남긴 것이다.

특히 당시 러시아는 자본주의 체제로 바뀐 직후여서 무질서와 혼돈으로 생명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그는 모험을 감행해 성공했다. 길을 잃고 동토의 시베리아를 헤매는 등 숱하게 고생 한 끝에 간신히 귀환했다. 최근에는 스웨덴까지 날아가 눈발이 휘날리는 가운데 사브의 새 모델을 시험주행하는 등 자동차라면 사족을 못쓴다.

그는 덩치가 크고 기름을 많이 먹는 차보다 자그마한 것을 좋아한다. 그의 카 라이프는 79년 기아자동차가 조립·생산해 젊은층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피아트132로 시작한다. 이어 미쓰비시·알파로메오·재규어·BMW·벤츠·폴크스바겐·티코·사브 등을 차례로 소유했다. 지금은 대우 마티즈, 스즈키의 소형 4륜구동차인 사이드킥, 벤츠 190을 갖고 있다.

배씨는 소년 시절부터 남달리 차를 좋아했다. 틈만 나면 노트나 일기장에 차를 그렸다. 성장하면서는 영화에 심취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갖가지 자동차를 보면서 다시 자동차에 흠뻑 빠져 들었다.

67년 동양방송 성우로 시작해 35년간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온 그는 자동차에서 얻은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교통방송에서 '함께 가는 저녁길'을 진행하고 있으니 자동차와는 천생연분이다.

전영선 <한국자동차문화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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