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연두 회견] 일자리 만들기 '질'도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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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지난해 일자리가 42만개 정도 늘어나 목표(40만개)를 달성했지만 질이 나빴기 때문에 국민이 잘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를 예로 들어 대기업 정규직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올해 일자리 창출 계획은 질보다는 양을 늘리는 데 치중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1조4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모두 46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 중 공무원.공기업 채용 5만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단기 사회근로와 연수.인턴 등 임시.일용직이다.

정부는 서비스업을 키워 일자리를 만들 생각이지만 민간 서비스업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 같은 비임금 근로자가 해마다 줄어드는 등(2003년 3.1%, 2004년 0.9% 감소) 개인 서비스업에도 짙은 불황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해결책으로 보육.교육.보건의료.복지 등 사회서비스 부문 일자리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중 사회서비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현재 1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4.8%)에 훨씬 못 미친다.

노동연구원 정진호 연구위원은 "정부가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에 주력해 개인 서비스업 부문에서 생기는 실업자를 흡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도 정규직 근로자의 양보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노사 간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대통령의 발언에 공감한다"고 반응했지만 양대 노총은 "대통령의 문제 인식이 잘못됐다"는 성명을 냈다.

특히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주축인 민주노총은 ▶정규직의 양보와 보호수준 완화▶비정규직의 보호 강화를 함께 논의할 노사정 대화에 빠져 있다. 민노총이 노사정위에 들어오더라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인식 차가 해소될지는 불투명하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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