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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배 오른 한국산 스마트폰 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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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런데 최근 귀가 쫑긋해지는 뉴스가 나왔다. 유럽의 시장조사 전문회사인 GFK가 프랑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을 추월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은 것이었다. 가장 최근 집계된 7월 넷째 주의 주간 시장점유율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28.1%, 애플의 아이폰이 27.4%를 차지했다는 내용이다.

삼성전자 프랑스법인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의 특정 국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 제품이 1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두 달 동안 웨이브폰이 20만 대 이상 팔린 덕분이라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그 바람에 GFK의 조사에서 6월 중순까지만 해도 42% 정도에 머물렀던 삼성전자의 프랑스 휴대전화(스마트폰 포함) 시장점유율이 48%로 올랐다.

프랑스 언론들은 요즘 삼성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에 대한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 전문지인 ‘주르날 데 텔레콤’은 이 상품에 ‘새로 나타난 별’이라는 호칭을 붙였다. 언론들은 여름 휴가철이 지나면 삼성과 애플이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갤럭시S는 프랑스에 시판된 지 10일 정도밖에 안 돼 GFK의 7월 넷째 주의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프랑스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갤럭시S를 제외한 한국산 휴대전화나 스마트폰은 신규가입 때 내는 단말기 값이 1유로(1530원)에 불과하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최소 2년 사용 약정을 조건으로 나머지 단말기 값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반면 아이폰은 99∼199유로를 내야만 쓸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애플사와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차별화’ 마케팅 전략에 따른 것이다. 그만큼 아이폰의 경쟁력에 자신 있어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래서 대리점 진열창에는 ‘1유로’의 가격표가 붙은 한국산 스마트폰들과 ‘199유로’의 아이폰 최신형 모델이 나란히 걸려 있다. 199배의 가격 차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이다. 한국 관광객들이 이를 보고 “자존심 상한다”는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최근 대리점에 나타난 갤럭시S는 가격표에 신규 등록 비용이 159유로로 쓰여 있다. 외견상 아이폰과 대등한 반열에 오른 것이다.

한국산 제품에 자신의 국가적 정체성을 동일시하는 것이 유치한 발상일 수도 있다. 삼성이나 LG가 한국 브랜드라는 것을 모르는 유럽인도 꽤 있다. 하지만 서양인의 손에 들린 한국산 휴대전화에서 은근히 민족적 자부심을 느끼는 한국인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프랑스에서 만난 교민 중에는 애국심이 발동해 아이폰을 외면하고 한국산 스마트폰 사용을 고집해온 사람도 있다. 그래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산 신제품의 등장이 더욱 반갑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새 제품들이 아이폰이 보여줬던 획기적 창조성을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업체들에 또 한번의 분발을 기대해본다.

이상언 파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