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연두 회견]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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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관계 및 북핵 문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밝혀 달라.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방안은.

"정상회담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대가 있는 문제라 희망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언제.어디서나 상대가 응한다면 주제에 관계없이 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 가능성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제안할 용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 좀 낮다고 보고 있다. 가능할 때 적절한 수준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6자회담 안에서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정적이거나 비관적인 전망은 하고 싶지 않다. 부정적일 경우의 대비책은 언급하지 않겠다. 희망만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

-6자회담은 언제 재개될 것으로 보나.

"회담이 열릴 수 있는 조건은 성숙됐다. 장애 사유는 지금 거의 없는 것 같은데 시점을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대개 부시(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의 외교팀이 정비되면 바로 출발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 보안법 등 정치 현안

-연말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해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자'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보안법과 과거사법에 대해 입장 변화가 있나.

"큰 원칙을 선언했고,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생각은 생각으로, 정책은 정책으로 이해해달라. 생각은 표현하지만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하고 있지는 않으며 앞으로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당시 (보안법 등이) 한꺼번에 다 되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예측되기에 지도부에 너무 다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포괄적으로 격려한 것이다. 앞으로도 언제까지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등 당의 자율성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과거사 문제도 마찬가지다. 덕담이나 격려 차원에서 표현이 누그러지는 일은 있지만 이 문제는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의 문제이고 역사적인 과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과거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넘어가고 있다. 세계 역사의 보편적 흐름을 한국만 거역할 수는 없다.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생각은 변화가 없지만 문제해결 과정에선 국회에서 융통성 있는 해결이 가능하지 않겠나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보안법 처리보다 경제 문제를 우선하는 것인가.

"경제와 비경제 정책을 대립적인 것으로 사고하는 것 자체가 사실이 아니다. 보안법을 경제법안에 걸어버렸기 때문에 '보안법 하려고 하다가는 경제도 안 되겠다'는 관계가 발생한 것이다. 경제는 경제고, 보안법은 보안법이다. 국회에서 그렇게 걸고 싸우지만 않았더라면 이번에 통과시킨 법보다 몇 배 더 많은 법을 효과적으로 통과시킬 수 있었다. 국정원에서 과거사를 조사한다고 우리 경제가 나빠지는 것 있나. 관계가 없는 것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묶어내는 데 문제가 있다. (야당이) 일부 개혁법안을 발목 잡기 위해서 경제법안까지 연말에 묶어 예산까지도 통과가 안 될 뻔했다. 그래서 정부가 새해 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많은 지장이 있었다. 사실은 경제 살리기가 아니고 정치적 입장 살리기다. 기득권 살리기 아닌가."

◆ 대외관계

-자이툰 부대가 올해 말 이후에도 계속 이라크에 주둔할 가능성은. (이라크에서) 납치설이 나오는 한국인 두 명에 대한 정보가 있나.

"자이툰 부대가 언제까지 (이라크에) 잔류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예측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간 목적은 이라크의 평화.질서 안정과 미국과의 협력이다. 미국 또는 함께 참여하고 있는 여러 나라가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하는 시점까지 우리 부대가 주둔해야 할 것이다. 특별히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끝까지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인 두 명이 납치됐다는 얘기에 대해선 계속 확인 중이다."

-일본에서 한류가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한.일관계를 한 단계 올리기 위해 임기 중 일본 천황이나 일본 황태자의 방한을 추진할 용의는.

"일본에선 천황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이 세계적으로 보편적으로 불리는 이름인지 미처 확인을 못 했다. 그래서 일본 왕이라고 해야 할지, 일본 천황이라고 해야 할지 미처 준비를 못 했다. 일본 천황의 방한에 관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은 이미 초청(해놓은) 상태다.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해서 일본 천황의 방한 자체를 막아버린다는 것은 합리적인 처리가 아니다. 우리 정부는 방한은 방한이고, 처리할 문제는 처리할 문제대로 병행해 나가겠다. 언제든 방한하면 최고의 예우를 다해 환영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 신행정수도 문제

-신행정수도의 대안으로 정부는 행정특별시 등 3개 대안을 제시했지만 충청도민들은 신행정수도 건설이 전제되지 않는 어떤 대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행정수도 건설을 정부의 명운과 퇴진을 걸고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한 대통령의 생각은 뭔가. 공공기관 이전은 현 정권 임기 내에 가능한가.

"균형발전과 지방화시대는 2년 만에 성과가 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제 임기가 끝날 때까지도 성과가 가시화될지 걱정하면서 수립한 정책이다. 성과가 5년, 10년 이상 가야 나타날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더욱 애착과 사명감을 가졌다. 행정수도와 공공기관 이전문제는 지금 협상 중이니 제가 결론을 내버리면 오히려 지장이 생긴다. 어떻든 처음 계획했던 행정수도에 못지않은 대역사가 추진될 것이다."

정리 = 김정욱.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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