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칠레 FTA 협상에 새 복병 기존 진출기업 혜택 못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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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 A) 협상과 관련한 칠레 측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칠레에 진출해 있는 대다수 우리 기업은 내국인 대우 등 FTA 혜택을 받지 못할 전망이다.

또 앞으로 칠레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이 FTA 혜택을 받으려면 기존의 외국인투자촉진법(DL600) 상의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은 받을 수 없게 된다. 둘 중 한 가지만 택해야 하는 것이다.

DL600은 칠레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1974년에 도입한 제도로, DL600 절차를 밟아 칠레에 들어간 기업은 세금을 감면받는 대신 1년간 투자 자본을 철수할 수 없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칠레는 이번 제네바 협상에서 DL600에 따라 칠레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는 FTA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경부 관계자는 23일 "칠레는 DL600이 국가와 개인 기업 간에 건별로 맺는 거래여서 FTA에 포함할 수 없다는 방침을 전해왔다"며 "특히 DL600 기업에 FTA 혜택까지 주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칠레가 지난 4월 유럽연합(EU)과 맺은 FTA에서도 DL600 기업을 제외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칠레에 있는 외국기업의 77%가 DL600에 따라 들어가 있으며, 20여개 국내 기업들도 대부분 DL600에 의해 진출해 있다.

정부는 24일 오전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DL600 및 금융시장 개방에 대한 입장을 최종 정리해 칠레에 통보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23일 재경부 실무진은 DL600 관련 요구는 받아들이되 금융시장 개방 문제는 당초 제안한 2년보다 재협상 시한을 늦추는 절충안을 갖고 칠레와 전화로 협의를 계속했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3년간 양측이 노력해 왔고 가장 민감한 농산물에 대해 의견 접근이 이뤄진 만큼 최대한 중지를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현곤·홍병기 기자

hkkoh@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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