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핫 이슈] 7. 농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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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올해 토지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농지다. 국회에 계류 중인 농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르면 하반기부터 농사를 짓지 않는 도시민도 사실상 무제한으로 농지 취득이 가능해진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추진하는 수도권 신도시나 충청권의 새 수도 대안도시, 기업.혁신도시, 서남해안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 등은 농지 시장을 달구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게다가 농지가 이달부터 시행된 종합부동산세 대상에서 빠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 농지나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규제가 적고 개발 가능성이 큰 곳의 농지를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매입하라고 조언한다.

◆농지법 개정 등 재료 풍부=올해 농지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은 농지법 개정이다. 이 법 개정안의 핵심은 도시민도 농업 경영 목적으로 취득한 농지를 전업농 등에게 5년 이상 임대하면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아도 규모에 제한 없이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질병.징집 등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농지 임대가 쉽지 않다. 도시민들이 주말.체험농장용으로 1000㎡(약 303평) 미만의 농지를 살 수 있지만 일정 기간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한다.

OK시골 김경래 사장은 "도시민의 농지취득이 사실상 자유로워지면서 농지가 부동산 투자상품으로 떠오른 셈"이라며 "임대계약 기간이라도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땅을 팔 수 있어 투자수요가 진입할 여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풍부한 개발 재료도 농지시장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새 수도 이전 위헌 결정 이후 침체됐던 충청권은 정부가 충남 연기.공주지역에 행정기능을 갖춘 다기능 복합도시를 건설하기로 하고, 연말부터 토지매입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보상 후 대토(代土) 수요가 몰릴 인근 농지를 찾는 투자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혁신도시 건설도 시장을 움직일 주요 변수로 꼽힌다. 정부가 낙후지역을 중심으로 3월 하순께 기업도시 시범 사업지 2~4곳을 선정할 계획이어서 주변 농지 투자가 늘 전망이다.

파주 신도시 등 올해 보상금이 풀릴 신도시 인근과 철도.도로 신설 주변도 후광 효과를 얻으려는 수요와 대토를 받으려는 현지인이 가세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올해 경부선 복선.중앙선 복선 전철을 개통하고, 전국 106개 고속도로와 국도도 착공 및 완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장밋빛 재료만 있는 것은 아니다. 13일부터 비도시지역 중 농지의 토지거래허가 기준 면적이 종전 1000㎡에서 500㎡(151.5평)로 축소됐다.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농지의 경우 이달 말부터 가족 모두가 인접 시.군(구입하려는 땅으로부터 20㎞ 이내 지역)에 6개월 이상 거주해야만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때문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많은 수도권 농지의 경우 농지법이 개정되더라도 매입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같은 수도권이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경기도 가평.이천.여주.양평.연천 등지와 충청권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제외한 지방의 농지 몸값은 뛸 전망이다.

◆농지 투자 이렇게=전문가들은 일단 재료가 많은 곳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도시의 경우 전남 해남.영암처럼 이미 투기세력이 몰린 곳보다 손을 덜 탄 곳이 좋다. 이런 곳은 땅값이 싸 비교적 단기에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고 몇년 후 땅이 수용된다 해도 그동안 개발재료로 공시지가가 올라 손해는 덜 볼 것으로 점쳐진다.

충청권 투자는 시세를 제대로 파악한 뒤 매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새 수도 이전 호재로 지난해 가격이 많이 올랐고, 위헌 결정 이후에도 하락 폭은 평균 20~30% 선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 및 다기능 복합도시가 들어와도 수도 이전만큼의 파괴력은 없기 때문에 이미 값이 많이 오른 곳도 적지 않다고 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초보자의 경우 경지정리가 잘 되지 않은 진흥지역 밖 농지를 추천한다. 3만㎡까지 건물 등을 지을 수 있어 개발재료가 적어도 활용도가 높다.

경지정리가 잘된 진흥지역 내 농지는 전용이 힘들지만 가격이 싸 주변에 개발이 이뤄질 경우 시세차익이 큰 편이다.

LBA부동산경제연구소 김점수 소장은 "농지 규모가 작은 경우 경쟁력이 없어 순차적으로 진흥지역에서 해제될 가능성이 크다"며 "산악지역이 많고 개발압력이 큰 경기도 양평.가평군과 광주.용인시 등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진흥지역 밖의 농지 중 평균 경사율이 15도 이상이거나 집단화된 농지 규모가 2만㎡ 미만인 농지는 한계농지로 지정받을 수 있는데 일반농지보다 인허가 절차가 간편하고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하고는 농지조성비가 면제되는 장점이 있다.

JMK플래닝 진명기 사장은 "한계농지가 될 만한 곳은 대부분 강원도 등 산간지역에 있어 전원주택.펜션 부지나 관광.휴양시설 단지를 개발하려는 수요가 많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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