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연금 개악 철회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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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공무원·군인·사립학교 교원의 3대 연금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2년 전 어렵게 이룬 공적연금 개혁을 후퇴시키는 전형적인 '제 밥그릇 챙기기' 행태다. 국민의 재정부담을 키울 뿐만 아니라 제도를 바꿀 명분도 약하고 국민연금과의 형평도 맞지 않으므로 철회돼야 마땅하다.

3대 연금법 개정이 제기된 경위부터 문제가 많다. 군인 출신 국회의원의 발의로 국회 국방위 소위에서 군인연금법을 2년 전으로 되돌리는 법안을 의결하자 기획예산처와 행자부 등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통일된 조정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국민 부담과 관련되고 연금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법안이 충분한 연구 검토와 여론 수렴도 없이 이처럼 허술하다니 어이가 없다.

2년 전 법 개정 당시 연금액 조정 기준을 보수 인상률에서 물가 인상률로 바꾼 것이 논란의 발단이었다. 이미 재정이 고갈됐거나 적자에 허덕이는 이들 연금을 안정시키기 위해 가입자와 정부의 부담을 늘리는 한편으로 급여 혜택을 낮추자는 취지였지만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근 공무원 보수 현실화로 보수 인상률이 물가 인상률을 크게 웃도는 바람에 퇴직 시기·계급에 따라 연금액이 역전되는 사태가 생겨 가입자의 불만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금액 조정 기준을 보수 인상률에서 2%포인트 낮춘 수치로 조정한 것이 정부안이지만 이 또한 주먹구구식이다. 물가나 보수 인상률은 변동이 심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과도기적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이 안이하다. 현재도 매년 수천억원씩 국고 지원을 받는데 여기에 연간 4천7백억원의 추가 국민부담을 지운다면 누가 이를 납득할 것인가. 물가 인상률을 기준으로 삼는 국민연금과의 형평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입자 부담을 늘리고 혜택은 줄이는 방식으로 고치려는 국민연금 개혁방향과도 거꾸로 가는 행태다. 2년 전의 제도개혁조차 미흡하다고 지적을 받아온 터에 여기서 또 후퇴한다면 국민의 거센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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