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 일행이 1816년 9월 1일, 백령도에 상륙해서 본 것은 '갈대에 진흙을 발라 대강 엮은 듯한 40채의 집들과, 얼굴이 구릿빛으로 탄 험상궂고 약간 야만스러워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영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첫인상이다. 중국을 거쳐 온 홀은 특히 중국 여인들의 전족(纏足)이 신기했던지 조선 여인들의 발은 '중국에서처럼 죄이지 않은 보통 크기'란 기록을 남기기도 한다.
홀은 영국으로 귀환 도중 세인트 헬레나에 유배된 나폴레옹을 찾아가는데 '조선은 남의 나라를 침략해 본 적이 없는 선량한 나라'라고 말하자, 나폴레옹이 웃으며 '그런 민족이 세상에 있단 말인가. 내가 다시 천하를 통일한 후 꼭 그 조선이라는 나라를 찾아보리라' 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그곳에는 어촌 사람들이 큰 무리의 펭귄 떼처럼 앉아 있었다. 펭귄처럼 하얀 가슴과 검은 머리를 한 그들은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으며 바위를 배경으로 느긋하게 우리를 쳐다보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남자들은 담배 피우는 데 골몰했고 아낙네들은 집에 남아 있었다." 1884년 조선 주차 영사로 온 영국인 윌리엄 칼스의 제물포 사람들에 대한 첫 느낌이다.
서구인들에게 무지와 미개의 모습으로 비쳤던 인천은 결국 그들의 손에 의해 싫든 좋든 각종 개화 문물, 제도의 수입 창구가 된다. 또 그것들의 국내 최초 수용지, 혹은 시행지로서 역사에 기록된다.
김윤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