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북한 敵對정책 철회하면 北 "대화로 문제해결 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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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영남(金永南)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21일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용의가 있다면 대화를 통해 안보상의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金상임위원장은 이날 오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8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 참석 중인 정세현(丁世鉉·통일부 장관) 남측 수석대표를 단독 면담한 자리에서 "(우리도)최근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북한의 권력서열 2위로 국가수반격인 金상임위원장의 이날 언급은 지난 17일 미국 측의 '북한 핵 개발 시인' 발표 이후 북한 당국의 첫 공식 반응으로 북한이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새로운 핵 개발 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북한의 희망대로 북·미 간 협상이 열릴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관계기사 3, 4면>

丁수석대표는 50분간의 만남에서 金상임위원장에게 대화를 통한 평화적 방법으로 핵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대변인인 이봉조(李鳳朝)대표는 브리핑에서 "남북한은 이 접촉에서 최근 제기된 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 방법으로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우리가 핵 문제를 집중 제기했고 북측은 입장을 밝힐 준비를 하고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2차 전체회의에서 남측은 핵문제 외에 ▶국군포로·납북자 문제▶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다룰 2차 국방장관 회담 개최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양측은 밤샘 절충을 통해 22일 발표할 공동보도문안 작업을 했다.

그러나 핵 문제에 대한 북측의 직접 해명과 북·미 핵합의 준수 등 구체적 사항을 보도문에 포함시키자는 우리 측 요구에 북측이 반발하고 있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회담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평양방송은 이날 "조·미 기본합의문은 그 핵심 사항인 경수로(輕水爐) 제공이 대폭 늦어진 것으로 해서 파기되느냐 마느냐 하는 심각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며 대북 핵사찰 요구에 앞서 경수로공사 지연에 따른 북측의 전력손실 보상 문제를 먼저 북·미 간에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평양=공동취재단, 이영종 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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