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는 초미니… 실적은 대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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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온라인 증권사인 키움닷컴증권(사장 김봉수·사진)의 약진이 돋보이고 있다.

전체 직원이 2백7명에 불과하고 일선 점포도 없는 미니 증권사가 내로라하는 대형 증권사 못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9월 말 현재 키움닷컴증권의 시장 점유율(약정기준)은 4.66%로 60여개 국내외 증권사 중 8위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4.35%)을 제쳤고, 동원증권(5.05%)을 바짝 뒤쫓고 있다. 키움닷컴증권은 증시가 침체했던 4∼9월에 60억원의 순익을 냈다. 같은 기간에 동원증권의 순익은 11억원에 그쳤고, 다른 15개 증권사가 손실을 기록했다. 동원증권의 경우 직원이 1천5백명에 지점이 61개나 되고, 현대·삼성 등 대형증권사들은 1백여개의 점포를 갖고 있다.

게다가 신규 고객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요즘 하루에 계좌가 2백여개씩 새로 개설되고 있다. 지난 17일에 실제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이른바 '활동계좌'가 10만개를 돌파했다. 2000년 5월 영업 시작 이후 30개월 만이다. 하루에 1백70여개꼴로 계좌가 늘어난 셈이다.

경쟁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지점이 40여개인 우리 회사의 경우 요즘 하루에 1백∼1백50개의 신규 계좌가 개설되는 실정"이라며 "영업점이 없는 키움닷컴증권사에 신규 계좌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은 놀랍다"고 토로했다.

키움닷컴증권의 이같은 약진은 저렴한 수수료, 독특한 마케팅으로 온라인 매매 부문에서 시장을 선점한 결과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은행들과 제휴해 은행 지점에서 계좌개설 업무를 취급하고 있고, 각종 수수료 할인 행사를 통해 고객들을 계속 유치하고 있는 점도 점유율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키움닷컴증권의 온라인 주식매매 수수료는 0.025%로 다른 증권사의 약 25% 수준이다. 2000년 초 TV광고에 '신바람 이박사(본명 이용석)'를 출연시켜 현란한 춤동작을 보여주는 등 각종 기발한 광고들도 키움닷컴의 인지도를 높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키움닷컴증권은 소형 증권사가 생존을 위해 자신의 장점을 어떻게 특화시켜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재식 기자

angel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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