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파문]美 주요언론이 제시한 해결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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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의 유력 일간지들은 일제히 북한의 핵무기 개발 파문에 대한 사설을 싣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뉴욕 타임스=18일자 '북한의 핵 비밀'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북한의 핵 개발 시인으로 불거진 파문은 한국·일본·중국·러시아 등 주변국들을 총동원한 외교 압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신문은 "외교에 한가지 접근법만 있는 것은 아니며 북한 문제는 그에 맞는 방법으로 풀어가야 한다"면서 "현재 미 행정부가 이해하고 있는 대로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은 강경한 다자 간 외교가 첫걸음"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미국의 가장 중요한 우방인 한국과 일본은 북한이 핵과 기타 재래식 무기 개발 계획을 완전히, 또 검증 가능하도록 파기하는 것과 장래의 대북 지원을 연계하는 방법으로 대북 외교 압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 핵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이 될 새로운 협약에 대해서는 북한이 비밀 핵 개발을 통해 이미 국제 조약을 어겼으므로 새로운 협약에는 무조건적이며 강력한 구속력을 지닌 검증 조항이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포스트='북한에 답하기'란 제목의 같은 날짜 사설에서 북한이 정치적 협상에 머뭇거리는 부시 행정부를 이끌어내기 위해 핵무기 개발 계획을 고백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관측도 가능하다고 북한의 의도를 분석했다. 이어 "경제 원조와 대량살상무기를 맞바꾸는 방식의 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북한은 판단했을 수 있다"면서 "만약 사실이라면 그것은 커다란 오산"이라고 규정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문제에 대해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 가운데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은 매우 위험하며 그렇다고 북한의 협박에 굴복해 정치·경제적 당근을 제공하는 것 또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유일한 방안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핵무기 계획을 포기하지 않으면 생명줄과도 같은 외국의 지원이 모두 끊겨 결국 정권이 붕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사설에서 북한의 핵 개발 시인이 동북아시아 지역에 한층 긴장을 고조시킨 것이 사실이지만 보다 더 정직한 협상의 무대를 마련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한국·일본·중국과 협력해 북한에 점진적인 외교적 보상을 제공하는 대신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또 "북한이 비록 핵 개발을 시인하는 태도가 사과성 발언이라기보다 도발적이었다고 해도 어쨌든 과거의 행위를 인정하고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자신의 치부책을 모두 공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북한의 협박'이라는 제목의 해설 기사에서 북한의 협박을 '뇌물'을 주고 달래는 방식으로 해결한 전임 클린턴 행정부의 접근법은 재고돼야 하며 보다 강경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핵을 담보로 경수로 건설 등의 지원을 받아낸 북한이 이번에는 훨씬 더 많은 뇌물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실제로 핵무기를 제조하겠다고 위협한다"며 이를 "같은 말을 두번 팔려는 것"으로 비유했다.

이 신문은 이어 "북한과 전쟁을 하지는 않더라도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하며 대북 지원과 송금 중단 등이 첫단계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나아가 북한 같은 정권을 대상으로 한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정책의 가장 확실한 방안은 정권 교체라고 덧붙였다.

예영준 기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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