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키나와는 섬인데도 장수촌이다. 인구 130만 명 가운데 100세 이상 노인이 700명이 넘는다. 여기선 ‘70세 어린이, 80세 젊은이’라고 한다. ‘나이 90에 조상들이 천국으로 부르거든 기다리시라 하라. 100세가 되면 생각해 보겠노라고’란 속담이 있을 정도다. 그러자 이들을 따라 하자는 ‘오키나와 프로그램’까지 나왔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하루 평균 18가지 음식을 먹는데, 이 중 78%가 풀이라고 한다. 주로 곡물과 채소류와 해조류다. 고기도 굽지 않고 삶아서 먹어 ‘오키나와식 조리법’도 생겼다.
불로장생(不老長生)은 예부터 뭇 인간들의 희원이지만, 도끼 들고 막아서도 백발(白髮)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온다. 인생에 두 가지 리스크가 있다. 하나는 빨리 죽는 것, 다른 하나는 오래 사는 것이다. 생명보험의 두 축이다. 어차피 가는 세월 붙잡을 수 없고, 오는 백발 막을 수 없다면 우아하게 늙는 것이 답이다. 장수촌 노인들의 공통점이 여유다. 세월에 저항하기보다 친해지라는 거다. 그래서일까. 근래 들어 화장품도 안티 에이징(Anti aging)보다 웰 에이징(Well aging)을 내세운다.
최근 일본에서 100세 노인들의 행방불명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전국 4만399명의 100세 노인이 거주하고 있는데, 최소 18명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가족과 연락이 끊긴 지 수년에서 수십 년이 된다고 한다. 이쯤 되면 노인 방치(放置)가 아니라 유기(遺棄)다. 가족의 해체와 지역사회의 붕괴, 고령자에 대한 사회적 관리 부실이 겹친 고령화의 그늘인 셈이다.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60세 이상 노인 5659명이 실종됐다. 대부분 치매노인으로, 이 중 42명은 아직까지 행방불명이다. 늙기보다 서러운 게 외로움이라고 한다. 관심이 공경(恭敬)이다. 노인은 아버지였고, 어머니였다. 그리고 누구나 늙는다.
박종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