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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高手들 "지금이 살 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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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14일 오전 삼성증권 서초동 지점. 이 증권사의 황영기 사장이 부인과 함께 나타나 배당주 펀드에 7천만원을 투자했다. 직원들이 깜짝 놀란 것은 물론이다. 사장이 직접 나타난 것도 그렇지만 요즘처럼 주가가 크게 밀리는 때에 주식형 펀드에 거금을 넣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黃사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날 업종별 대표기업에 투자하는 굿모닝투신운용의 주식형 펀드와 기업 가치를 주로 살피는 프랭클린템플턴 투신운용의 주식형 펀드에도 각각 7천만원, 6천만원을 투자했다.

黃사장은 이례적으로 이런 사실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黃사장은 "1년 앞을 내다보면 지금이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증시의 앞날이 안개 속에 가려진 상황에서 시장 점유율 1위(약정 기준)인 증권사 사장이 공격적인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사실은 이날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단연 화제였다.

최근 증권가에선 黃사장 처럼 "지금이 주식을 살 때"라고 외치는 고수(高手)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黃사장은 "얼마 전부터 600선이 깨지면 수익증권(펀드)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이번 투자는 순전히 개인적인 재테크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등에 묻어뒀던 개인재산을 톡톡 털어 몽땅 주식형 펀드에 넣었다. 직접 주식을 사고 싶었지만 증권사 임직원은 법적으로 주식 투자를 못하게 돼 있어 펀드를 택했다.

그는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선 "단기적으로는 옆걸음질 할 가능성이 있지만 야구할 때 가운데 들어오는 공만 쳐서야 홈런이 나오겠느냐"며 "거래소·코스닥의 1천4백여개 종목 중 2백개 정도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회사들"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이들 주식을 살 수 있는 적기라는 것.

실제로 증권사 객장에선 지난 주부터 '똑똑한 돈(스마트 머니)'들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체적으로 투자심리가 가라앉아 있지만 남들보다 한발 앞서 충분히 싸진 주식을 사두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사장은 최근 주가가 580선까지 떨어지자 지점장들에게 "지금이 주식투자 적기니 어서 고객들을 모셔오라"고 독려하고 나섰다.

崔사장은 "지금 주가는 짧게 보면 대체로 바닥권에 왔다"며 "공황을 제외하면 대외여건 등으로 이렇게 많이 빠진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실적 등 시장의 가치는 살아있는데도 투자심리가 식은게 문제"라며 "금융주·내수주·삼성전자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빠졌던 종목들도 이젠 모두 조정과정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앞으로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시장은 상당히 안정될 것이라는 게 崔사장의 주장이다.그는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자산의 30% 정도는 주식으로 꾸려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출신으로 시장의 흐름을 잘 읽는 김정태 국민은행장도 최근 "외국인 매물이 쉽게 수그러들지는 않겠지만 지금부터 주식을 적금식으로 분할해 사 모으면 1년 뒤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주식과 연계된 실적 배당 상품을 창구에서 본격적으로 팔 계획이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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