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리랑' 재연판 평양서 첫 상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방송·공연 등에 비해 비교적 왕래가 적었던 남북 간 영화 교류가 추진되고 있다. 지난 10, 11일 이틀간 평양국제영화관에서 '아리랑'의 재연판(감독 이두용)이 상영됐다. 평양을 다녀온 이감독과 제작사인 시오리엔터테인먼트의 이철민 대표, 영화인협회 신우철 이사장 등이 14일 세종호텔에서 방북 성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에 상영된 작품은 춘사 나운규(1902∼37)가 1926년 발표한 '아리랑'을 현대적으로 재연한 것. 시오리엔터테인먼트 측은 "춘사 탄생 1백주년을 맞아 최대한 원작에 가깝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원본의 필름·시나리오는 남아 있지 않지만 각종 자료·문헌 등을 토대로 원작에 근접한 형태로 재현했다는 것. 예컨대 변사가 진행을 맡았던 무성영화인 원작처럼 각 장면에 변사(양택조·윤문식·최주봉)가 등장해 설명하는 식이다.

평양 상영엔 아시아·태평양위원회 이종혁 부위원장, 조찬구 문화성 부상(차관) 등 북한측 고위 관계자와 조선예술영화촬영소 고학림 연출소장, 최창수 배우단 단장, 김영숙 인민배우 등 영화인과 일반 시민 등이 참석했다.

이두용 감독은 "많은 관객이 변사의 대사에 따라 울고 웃었다"며 "남북 영화인들이 정치·이념적 문제를 제외하고 오직 영화적 협력방안을 논의한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제작비 15억원을 들인 이번 '아리랑'은 오는 25일 시작하는 제2회 광주영화제에서 공포영화 '하얀방'(감독 임창재)과 함께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철민 대표는 "평양의 종합촬영소 이용, 북한 지역 로케이션, 각종 기자재 제공 등에 관해 원칙적 합의를 보았다"며 "이달 말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측 관계자와 다시 만나 합의서를 작성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아리랑'의 연내 남북 동시 개봉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남북 영화 교류는 아직 낙관하기 어렵다. 2000년 말에도 임권택 감독·김동호 부산영화제 위원장 등 영화인 11명이 방북했으나 뚜렷한 성과가 없었고, 북한에서 촬영할 것으로 알려진 나운규 일대기 제작도 지지부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박정호 기자

jhlogo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