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다시 흔드는 나폴레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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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2백년 전 인물인 나폴레옹(그림)이 다시 유럽을 들쑤시고 있다. 지난 7일 프랑스에서 전파를 타기 시작한 TV 미니시리즈 '나폴레옹'이 그 주인공이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국영방송 2TV가 이탈리아 국영방송 RAI와 독일 방송 ZDF 등과 합작해 만든 초대형 4부작 드라마.

약 4천만 유로(4백60억원 상당)의 예산을 투입했고, 프랑스의 톱스타들이 대거 캐스팅돼 제작 이전부터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프랑스와 영국에서 촬영했으며, 프랑스에 이어 유럽 각국과 미국에서도 방송될 예정이다.

문제는 드라마가 선을 보이자 주변국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 그 중에서도 나폴레옹에 의해 정복당했던 이탈리아의 주요 정당인 북부동맹을 이끌고 있는 거물 정치인 움베르토 보시의 강한 비판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보시는 "2백년 전 스스로 이탈리아의 왕임을 자임했던 외국인 독재자를 미화하는 드라마"라고 평가하면서 "이런 드라마를 만드는 데 이탈리아 국영 방송이 돈을 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나폴레옹은 이탈리아를 무력으로 점령하면서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폭군이며,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강탈해간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의 호화 주연급 배우들이 모두 한마디씩 했다.

주인공 나폴레옹역을 맡은 배우는 영화 '아스테릭스'에서 콧수염을 기른 주인공 아스테릭스역을 맡았던 크리스티앙 클라비에. 그는 "나폴레옹은 프랑스 대혁명과 계몽주의 사상이 낳은 자유주의 지식인"이라며 "드라마는 영웅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폴레옹의 측근 참모로 등장하는 제라르 드 파르디유는 "드라마는 진실에 근거하고 있다. 아마도 보시는 나폴레옹을 바보 천치로 묘사하길 바라는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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