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나이 둘러싼 과학자들의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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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지구는 얼마나 오래됐을까? 그걸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지구의 나이를 둘러싸고 과학자들이 벌여온 논쟁의 역사이자 이 문제를 반세기에 걸쳐 집요하게 연구한 고독한 천재의 투쟁기이기도 하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지질학자로 꼽히는 그의 이름은 아서 홈스(1890∼1965)다.

지구의 나이는 왜 중요한가? 그걸 알아야 지질 연대, 즉 고생대니 신생대니 선 캠브리아기니 하는 지층의 연대와 그속에서 나온 화석의 연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까지도 지구의 나이는 2천만 년으로 추정됐다.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였던 켈빈경이 주장한 숫자다. 근거는? 불덩어리였던 지구가 지금처럼 식는데 얼마나 걸렸을까를 추산한 것이다. 하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다윈의 진화론이 무너진다. 생물이 진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돌파구가 나왔다. 지구 내부에 방사성 물질이 있어 지속적으로 열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2천만 년설은 설득력을 잃는다. 최종적인 해결책은 우라늄이 납으로 붕괴하는 데 걸리는 시간, 반감기에서 나왔다. 홈스는 계산과 실험, 추론을 통해 3억년·14억 6천만년· 33억5천만 년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지구의 나이를 늘려왔다. 머천트 계산기·질량 분광기가 발명되고, 우라늄의 동위원소가 2종이며, 납의 동위원소가 3종에 이른다는 사실이 알려질 때 마다 한걸음씩 전진해나가면서. 1953년에 이르러서야 지구의 나이가 46억년쯤 된다는 사실이 미국의 지질학자 패터슨에 의해 확인됐다. 하지만 홈스의 앞선 연구와 논리가 없었더라면 패터슨의 영광은 이룩할 수 없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현욱 기자 poemlo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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