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기 낭비 막으려면 요금체계 전면 개편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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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식경제부는 지난 2일 여름철 전력(電力) 수급에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모의훈련을 했다. 예비전력이 줄어드는 단계별로 위기대응 태세를 점검한 것이다. 예비전력이 400만㎾ 미만이면 ‘비상상황’으로 간주한다. 예비전력이 100만~200만㎾인 ‘경계’ 단계에선 한국전력이 전력 수요를 통제하거나 비상절전에 들어가고, 100만㎾ 미만으로 떨어진 ‘심각’ 단계부터는 전력 공급을 차단한다.

지경부는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가 지난해보다 11.8% 늘어난 7070만㎾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최대 전력수요는 최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연일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그러나 전력 공급능력은 시운전 중인 발전기까지 총동원해도 7530만㎾에 불과하다. 전력 수요가 예상 최고치에 도달하면 예비전력은 비상상황에 근접하고, 만일 발전소 한두 곳에서 고장이나 사고라도 일어나면 곧바로 ‘비상상황’이 벌어질 판이다.

이처럼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린 이유는 우리나라가 전기를 유달리 많이 쓰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는 그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력사용량은 달러당 0.58㎾h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달러당 0.339㎾h의 1.7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의 61%인 일본은 물론 미국(106%)보다도 전기를 상대적으로 많이 쓰고 있는 것이다.

KDI는 이처럼 전력 낭비가 심한 원인으로 지나치게 싼 전기요금을 지적했다. 갖가지 명목으로 전기료를 원가 이하로 책정하다 보니 산업용이나 농업용뿐 아니라 주택과 상가의 냉·난방마저 너도나도 전기로 대체했다. 정부가 아무리 에너지 절약을 외쳐도 전기 사용이 늘기만 하는 이유다. 인위적으로 낮게 억눌러 온 전기요금이 전기의 과소비(過消費) 구조를 고착화시켜 온 것이다. 결국 전기 절약의 최종 해법은 전기요금 체계의 정비와 요금인상뿐이다. 정부는 이달부터 전기료를 평균 3.5% 인상했지만 이것으론 전력 수요의 증가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전기요금 체계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