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 오래돼 신원확인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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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유골이 발견된 지 보름이 지나도록 '개구리 소년'들이 무슨 이유로 목숨을 잃었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타살이나 자연사의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해 사인에 대한 수사가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경북대 의대 법의학팀은 10일 유골이 너무 오래돼 사인 규명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고 신원확인조차 어려울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 팀의 채종민 교수는 이날 "유골 5구를 최근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검사를 의뢰한 결과 2구에서 각각 늑골과 팔뼈의 골절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이들 골절 흔적이 사인 규명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의 여부는 더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 어떻게 되고 있나=유해 발굴 초기 사망원인을 '조난에 의한 저체온사'로 추정했던 경찰은 유족들의 반발이 거세자 타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원점에서부터 재수사를 펴고 있다. 타살 징후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식이다.

마을에서 불과 3백m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된 소년들이 왜 마을로 내려 오지 못했는지 경찰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타살에 의한 매장이 아니라면 대규모 수색과 나무 가지치기(1998년),인접 묘 이장 작업(92년) 때 시신이 발견됐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김영규 군의 상·하의 소매와 바지가 뒤집어져 묶여 있는 점도 수사대상이다. 섭씨 3도에다 비가 내린 쌀쌀한 날씨에 왜 옷을 벗었는지 전문가들도 명쾌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

◇수사 어떻게 했나=경찰은 유골을 덮고 있던 넓적한 돌과 현장의 흙·곤충 등을 조사해 시신 이동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다. 법의학팀은 현장에서 곤충의 허물 50개체를 발견, 종류와 특징·생존시기 등을 조사 중이다.

유골에 총상, 외부 충격, 독극물 흔적이 있는지와 옷에 핏자국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방사선 촬영까지 했으나 흔적을 찾지 못했다.

◇전망=유골이 오래된 데다 발견 당시 유골 등을 삽으로 다뤄 사인 규명이 쉽지 않다. 사건이 다시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경북대 법의학팀 단장 곽정식 교수는 "숨진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난 데다 시료의 양까지 적어 유전자 검사로 신원확인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법의학팀은 곤충학검사와 토양검사,국립과학수사연구소 검사 등 각계의 소견에서 타살 소견이 나오지 않더라도 사고사(동사)로 단정할 수는 없어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여타 분야 전문가들을 동원, 추가 검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국에서도 이 같은 종류의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데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대구=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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