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등 39명 적발 16명 구속 이수만·서세원씨는 기소중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방송사 PD와 연예기획사간의 유착 고리를 파헤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가요계 비리 수사가 착수 3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그동안 수사에서 검찰은 대형 연예기획사 대주주·대표들의 회사자금 횡령 등 구조적 비리를 잡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또 PD가 돈과 향응 등을 받고 특정 기획사 소속 가수들을 자신이 연출하는 방송프로그램에 자주 출연시켜 주는 이른바 'PR비(앨범홍보비)'가 성행하고 있음도 확인했다.

그러나 수사 와중에 검찰 정기인사로 강력부장이 교체되면서부터 수사가 흐지부지됐고, 구속기소된 16명 가운데 14명이 보석이나 구속취소 등으로 풀려났다.

◇사법처리 규모·기준=서울지검 강력부는 8일 "방송사 PD 등 39명을 적발해 16명을 구속기소하고 12명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11명을 기소중지했다"고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기소중지와 함께 지명수배된 사람 가운데는 회사자금 11억5천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 대주주 이수만씨 및 영화 홍보와 관련해 방송사 관계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가 드러난 개그맨 서세원씨가 포함됐다. 해외 체류 중인 두 사람은 올해 안으로 귀국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사 착수 이후 잠적한 은경표 전 MBC PD와 GM기획 대주주 김광수씨, SBS 배철호 부국장도 지명수배됐다.

구속기소된 사람 중엔 MBC PD 3명과 SBS·KBS PD 각 1명씩이 포함돼 있다. 국내 4대 연예기획사 가운데 SM엔터테인먼트 대표 김경욱씨와 도레미미디어 대표 박남성씨도 들어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가요계에서 내로라하는 큰손들이 수사선상에 올랐다"면서 "특히 3개 공중파 방송사 PD들의 경우 금품수수 액수가 5백만원 이상이면 입건하고 2천만원이 넘으면 구속했다"고 말했다.

◇미진한 수사=검찰은 ▶대종상 수상 로비▶폭력조직 자금의 연예기획사 유입▶주식 로비▶성상납 등 그간 제기됐던 4대 의혹에 대해선 "수사결과 드러난 것이 없다"고 발표했다.

대종상 신인상 로비 의혹의 경우 대룡엔터테인먼트 대표 장용대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영화배우 H양이 신인상을 수상하도록 하기 위해 장씨가 김모 감독을 통해 8백만원을 줬고, 이 돈이 대종상 심사위원들에게 흘러갔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계좌 추적 등에서 그런 흔적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관련자에 대한 조사가 늦어지면서 증거 확보에 실패했을 가능성도 있다.

조강수 기자 pinej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