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銀 지점 두곳이 문화재… 34곳은 예비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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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올해로 설립 1백5주년을 맞은 국내 최고(最古)의 조흥은행이 오랜 역사 때문에 남모르게 고민 하고 있다.

1897년에 한성(漢城)은행으로 출범한 조흥은행은 1995년 한국기네스협회로부터 '국내에서 가장 오래 된 법인 기업 및 은행'으로 공인받았다. 이처럼 역사가 깊은 만큼 지은 지 오래 된 지점이 많아 영업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말 조흥은행 대전지점과 목포지점 건물이 '등록문화재'로 선정됐다.

문화재청은 건축된 지 50년이 넘고 기념이 되거나 상징적인 가치가 큰 건물 등을 등록문화재로 선정하고 있다.

등록문화재는 문화재보호법의 '지정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한 근대 건축물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에 도입된 제도다.

등록문화재의 선정기준은 지정문화재보다 완화된 편이지만 마찬가지로 증·개축에 제한을 받고, 이 때문에 매매도 쉽지 않다.

대전지점은 1912년에 지어진 건물로 "건물의 입면(立面) 디자인이 르네상스식 구성에서 벗어나 화강석을 단순하고 넓게 사용해 소박한 민족은행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20년에 건축된 목포지점은 목포에 현존하는 유일한 근대 금융계 건축물로서의 역사성을 인정받아 등록됐다.

지점 건물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데 대해 조흥은행은 마냥 반가워 할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역사가 오랜 지점 중 상당수의 위치가 개점 당시엔 중심가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상권이 쇠퇴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문화재로 등록되면 증·개축도 힘들어지고 건물을 팔 수도 없게 돼 새 상권으로 이전하기 힘들게 된다"고 걱정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50년 이상 고령(高齡) 건물로 등록문화재로 선정될 '위기'에 처한 조흥은행 지점이 34개나 된다는 점.

조흥은행 관계자는 "차라리 문화재로 선정되기 전에 지점을 옮기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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