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부담" 無점포 창업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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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상가임대차 보호법의 다음 달 시행을 앞두고 상가 임대료가 크게 오르자 상가 없이도 영업할 수 있는 배달·차량 이동·방문 서비스 등 무점포 창업 붐이 일고 있다. 특히 무점포 사업은 최근 이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진 데다 틈새 업종을 공략할 경우 적은 자본으로도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소자본 창업에는 임대료가 부담=상가 분양 정보 제공업을 하는 상가114의 윤병한 사장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상가임대차 보호법이 임대료를 연간 12%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규정하자 건물주들이 보증금과 월세 등 임대료를 지역에 따라 20∼30% 정도 올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 예비 창업자들은 창업 자금으로 1억원 미만을 확보하고 있어 상가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자 무점포 창업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창업e닷컴의 이인호 소장은 "최근 한국프랜차이즈 산업박람회 참가자 1천3백명에 대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83.6%가 창업 자금으로 1억원 미만을 선호했다"며 "역세권 등 소위 A급지 상가는 보증금이 수억대이고 C급지 동네 상권 조차도 웬만한 자금으로는 상가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무점포 창업 급증=중소기업에서 기술직으로 근무했던 박모(45)씨는 창업자금 3천만으로 인천 교외의 창고를 빌려 음식점의 불판을 수거해 닦은 후 갖다 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상가 임대·인테리어 비용이 들지 않는 데다 고정거래처 10개를 확보해 월 3백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업으로는 기존의 패스트 푸드나 외식업 외에도 ▶아침식사를 위한 국(회원제)▶김치 및 밑반찬▶선식▶초밥▶학습지 등 새로운 개념의 아이템이 생겨나고 있다.

또 차량을 이용해 인구 이동이 많은 지역으로 나가 ▶커피·샌드위치를 판매하는 이동형 카페나▶자동차 운전대의 우드 그레인 장식 등 차 미용사업▶아파트 번호 자물쇠 제작업 등도 인기다. 이와 함께 아파트 유리창 청소 대행업이나 노인가구를 돌봐주는 실버시터 파견업 등 방문 서비스도 늘어나고 있다.

李소장은 "무점포로 창업할 경우 비용은 적게 들지만 발로 뛰는 영업이 중요하다"며 "개점 초에 시식이나 시용행사·가격 할인 등을 통해 사용해볼 수 있도록 한 뒤 입소문을 통해 판매를 늘리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영렬 기자

young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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