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 "정몽준과 경쟁땐 승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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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한동(李漢東)전 총리의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은 다소 무모해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에 대한 지지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무소속 의원인 그는 세력도 없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는 수(手)를 보는 것 같다. 우선 그는 민주당 반노(反盧)·비노(非盧)파와 자민련 등이 참여하는 통합 신당의 후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7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민주당 내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가 구성돼 통합 신당이 본격 추진되는 시점에서 출마 의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李전총리 측은 노무현 후보가 통합 신당에 참여하지 않고, 정몽준(鄭夢準)의원과 자신이 후보 경쟁을 할 경우 승산이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반노·비노 측과 자민련 의원들이 李전총리를 지지할 것으로 믿는다. 李전총리는 민정계 출신에다 자민련 총재를 지냈다.

출마 선언에는 민주당 박상규·전용학·강성구·이희규·김윤식·최명헌·장재식·송영진·장태완·이윤수·곽치영·박병윤·유재규·설송웅·최선영·장성원·조재환·김화중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민주당의 후단협 멤버들이다. 자민련 쪽에선 조부영·조희욱·안대륜 의원이 나왔다. 민주당을 탈당한 뒤 정몽준 의원 캠프에선 상임고문을 맡은 안동선 의원이 참석했다.

이와 함께 李전총리 측은 정몽준 의원의 지지도가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李전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주부들이 인기 생활용품을 충동구매하듯 정치 지도자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한 측근은 "鄭의원은 어차피 끝까지 가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李전총리는 통합 신당이 좌절될 경우 별도로 당을 만들어 대선에 출마하는 것을 마지노선으로 정해 놓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李전총리의 구상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내 후단협 의원 다수는 정몽준 의원을 후보로 선호하고 있다. 李전총리의 낮은 지지도가 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상승하지 않을 경우 수면 아래서 李전총리를 지원하던 범여권 내의 일부 그룹도 손을 들 가능성이 크다.

李전총리가 던진 마지막 승부수가 먹힐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다음은 기자회견에서의 일문일답.

-지지도가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국민이 지금 지도자를 평가하는 잘못된 성향에서 탈피해 국정 경험과 수준 높은 도덕성의 중요성, 국민 통합을 이룰 포용력과 친화력 등을 가리는 이성적 판단을 하는 시점이 오면 지지도는 파격적으로 급상승할 것이다."

-통합 신당이 무산될 경우 독자 신당을 창당해 출마할 것인가.

"그렇게 이해해 달라."

-통합 신당이 완료되는 시기는 언제쯤으로 보나.

"12월 19일이 대선일이고 법정선거기간 등을 고려하면 늦어도 11월 초까지는 후보 선출이 마무리돼야 한다."

김성탁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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