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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시론

끝없는 지뢰사고와 안보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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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처음 목함지뢰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면,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 있다. 목함지뢰의 제원을 설명하면서 목함지뢰는 뚜껑을 여는 순간 터진다고 한 것이다. 몇 년 전 영화에서 지뢰를 밟은 북한 병사를 남한 병사가 구해주는 장면이 나와서 영화사에 항의한 바 있다. 지뢰의 성능을 영화의 스토리에 맞추어 왜곡시킨 것이다. 현존하는 모든 지뢰는 밟는 순간에 폭발하여 사람을 살상(殺傷)하게 되어 있다. 북한이 사용하는 지뢰도 예외 없이 밟는 즉시 폭발하는데, 특히 목함지뢰는 1㎏ 정도의 하중만 가해져도 폭발하는 고성능의 지뢰다. 따라서 민간인이 목함지뢰를 단순한 나무상자라고 생각하여 만지거나 들어 올리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한국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지뢰사고의 위험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전쟁 후 지난 60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지뢰사고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남한은 M14 대인지뢰를 주로 사용하고 있고, 북한은 목함지뢰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한국 것은 플라스틱제이고 북한 것은 목제로 되어 있어, 금속탐지기로는 탐지가 거의 불가능하다. 비무장지대를 중심으로 남쪽으로 100여만 발의 지뢰가 매설되어 있고, 북쪽으로 40여만 발의 지뢰가 매설되어 있다고 한다. 지난번과 같은 홍수에 의하여 유실된 다량의 지뢰로 민간인들이 피서지 물가에서 사고를 당하고 있다. M14 플라스틱제 대인지뢰는 둘레 5.5㎝에 높이 4㎝로 작고, 94g으로 가벼워 유실되기 쉽고, 퇴색되어 있기 때문에 흙 속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70여 명의 민간인 지뢰사고 가운데 상당수가 유실된 지뢰에 의한 것이다.

이번 지뢰사고를 계기로 지뢰사고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강구되기를 바란다. 목함지뢰 등 유실 가능한 북한지뢰의 제원을 일반에게 정확하게 알리는 홍보가 중요하다. 강화도에서 지뢰사고가 날 때마다 시민단체들은 유실 지뢰가 한강으로 내려와서 바다로 흘러 들어온다고 주장하며 군 당국의 대책을 촉구하였다. 물론 국방부에서 제거 대상으로 지목한 미확인 지뢰지대가 전체 지뢰지대의 5분의 4 정도이기 때문에 미확인 지뢰지대의 지뢰를 제거한다면 우리나라는 지뢰사고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현재 우리 군의 능력으로는 모든 지뢰를 제거하는 데 무려 489년이나 걸린다고 하니 지뢰사고 없는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후방지역에서 안전하게 사는 우리들은 전쟁무기인 지뢰에 의한 불의의 사고를 안보재해로 보고, 민간인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후하게 보상해야 할 것이다.

조재국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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