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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아시안게임>수영:김민석 '속죄의 金' 익사위기 수영 구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지난 5일 밤 수영 자유형 50m 결선에 출전한 '영도 사나이' 김민석(23·한진중공업·사진)은 터치 플레이트를 짚은 뒤 부랴부랴 전광판을 쳐다봤다.

22초86으로 우즈베키스탄의 라빌 라차에프와 공동우승-.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쉰 김민석은 이어 같은 자유형 단거리 멤버이자 동기생인 고윤호(23·강원도청)를 끌어안고 펑펑 눈물을 흘렸다.

한국 수영의 이번 아시안게임 처음이자 마지막 금메달을 따냈다는 감격 때문이었을까.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김민석은 시상식이 끝난 뒤 기자회견 석상에서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날"이라며 "1백m 탈락에 따른 부담감이 너무 커 걱정을 많이 했다. 만약 금메달을 못따면 영도다리에서 빠져 죽을 생각이었다(수영선수가 물에 빠져 죽겠다고?)"고 털어놓았다.

그의 말대로 이날의 50m 경기는 '속죄의 레이스'였다. 이틀 전 그는 자유형 1백m에서 예선탈락했다.

자신의 기록만 내도 금메달이 가능했던 종목이었기에 모두가 경악했다. 너무 자만했던 탓이었다.

50m는 그에게는 '마지막 기회'였고 '속죄의 기회'였다. 이를 악물고 스타트 라인에 선 김민석은 그러나 또 미스를 범했다. 출발이 너무 늦었던 것이다. 반응속도 0.69-. 얼굴을 한번도 물 밖으로 내밀지 않고 역영해야 하는 50m에서 늦은 출발은 치명적이다.

그러나 그는 온몸에 혼(魂)을 실은 폭발적인 스트로크로 늦은 출발을 만회했다. 그리고 가장 먼처 터치 플레이트를 짚었다.

김민석은 한때 수영을 그만둔 적이 있었다. 그는 원래 댄스가수 지망생이었다. 춤도 잘췄고 노래도 잘했다. 대학 축제마다 불려다니며 노래를 불렀고 연예기획사의 제의를 받은 적도 있었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해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다.

큰아들로서 노래만 부르고 다닐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풀로 돌아왔다. 그때가 2년 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였다. 그가 군에 입대하면 생계를 책임질 사람이 없었다. 조오련·최윤희·지상준·방승훈·조희연에 이어 한국 수영 사상 여섯번째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된 김민석.

그는 "다음 목표는 아테네 올림픽에서의 메달"이라고 힘차게 말했다. 한국 수영은 이번 대회 경영에서 금1·은2·동메달 8개를 따냈다.

부산=이태일 기자

pinet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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