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유머는 '사냥꾼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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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사냥꾼 두명이 숲속에서 사냥을 하다 한명이 쓰러졌다. 동료의 기절에 당황한 사냥꾼은 휴대전화로 긴급구조를 요청했다.

사냥꾼:제 친구가 죽은 것 같아요. 어찌 해야 하나요.

긴급구조대 교환:진정하시고 시킨 대로 하세요. 먼저, 친구가 죽은 게 확실한가요(Let's make sure he's dead).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한발의 총성이 들리고 사냥꾼이 다시 말했다. "확실해요. 다음엔 어떻게 하죠."

영국 하퍼드셔대학의 심리학 교수 리처드 와이즈먼과 동료들은 이 이야기가 세계에서 가장 재밌는 유머로 선정됐다고 3일 밝혔다. 이는 지난 1년여에 걸쳐 4만여건의 우스갯 소리에 대해 70개국, 2백만명의 네티즌이 참여한 투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와이즈먼 교수는 "유머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우월감을 느끼게 하거나, 긴장된 상황에서 정서적 충격을 줄이거나 일종의 부조화로 인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라며 "멍청한 사냥꾼 얘기는 3대 요소를 모두 갖췄다"고 평가했다.

2위는 명탐정 셜록 홈스와 왓슨 박사를 등장시킨 유머가 차지했다.

홈스와 왓슨이 캠핑을 가 텐트에서 잠자다 한밤중에 깨어났다.

홈스:하늘에 뭐가 보이지.

왓슨:엄청나게 많은 별이 보이는데.

홈스:그걸 보고 뭘 추론할 수 있지.

왓슨:글쎄 천문학적으로는 수백만 개의 은하계와 수십억 개의 행성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점성술면에서는 토성이 사자자리에 있고, 시간학상으로는 오전 2시15분쯤인 것 같고, 기상학적으로는 내일 날씨가 맑을 것 같고, 신학적으로는 전지전능한 신에 대비되는 인간의 왜소함이 생각나네. 그런데 홈스 자네는 뭘 추론했나.

홈스:이 바보같은 친구야. 누가 우리 텐트를 훔쳐갔잖아.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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