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업씨 테이프 손질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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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의 장남 정연씨의 병역면제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金大業·41)씨는 자신이 검찰에 두번째 제출한 녹취테이프는 잡음 제거 작업을 거친 것이라고 1일 밝혔다. 이는 金씨가 테이프에 어떤 형태로든 손질을 가했음을 인정한 것이어서 테이프 조작 여부에 초점을 맞춘 검찰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金씨는 이날 본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호주에 있는 동생을 시켜 녹취테이프의 잡음을 제거한 뒤 지난 8월 30일 검찰에 냈다"고 말했다.

<관계기사 3면>

金씨는 그러나 "동생이 음향(音響) 관련 전문가냐"는 질문에 "피를 나눈 형제가 분명하지만 구체적인 신분은 밝히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검찰에 8월 12일 첫번째로 제출한 녹취테이프의 음질이 좋지 않다고 해서 음질을 선명하게 하기 위한 작업을 동생에게 부탁한 것일 뿐 테이프를 조작하거나 변조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金씨는 그동안 "1999년 李후보의 부인 한인옥씨의 부탁을 받고 정연씨 병역면제를 알선해줬다는 전 국군수도병원 부사관 김도술씨의 진술을 테이프 두개에 녹음해 한개는 내가, 다른 하나는 호주에 있는 동생이 보관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朴榮琯)는 곧 金씨를 다시 불러 테이프 잡음 제거 작업의 정확한 내용과 경위, 호주에 있다는 동생의 신분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한나라당이 "金씨의 테이프 조작에 친구와 함께 참여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도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자신의 성을 금씨라고 밝힌 사람으로부터 '친구가 김대업씨 지시에 따라 김도술씨 역할을 맡아 테이프를 만들었고, 현금 2천3백50만원과 50만원짜리 수표 3장을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金씨가 올해 초 서울구치소 수감 중 '수지 김'을 살해한 혐의로 역시 구속 수감돼 있던 윤태식씨에게 "5억원을 주면 증거를 조작해 살인혐의를 벗게 해주겠다"고 제의했다는 의혹과 관련, 최근 尹씨를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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