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의 '카드빚 강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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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7면

신용카드 회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비자는 어떤 유형일까요. 정답은 씀씀이가 헤픈 사람입니다. 알뜰살뜰형 소비자는 카드사가 반기지 않습니다. 현금서비스를 자주 많이 받는 고객들이 카드사를 먹여살린다고 할 정도로 수익에 기여하는 비중이 큽니다.

이런 부류에 속하는 대표적인 예가 대학생층입니다. 대학시절은 입시부담에서 해방되고 부모의 통제에서 벗어나 술도 배우고 화장도 하게 되면서 씀씀이가 늘어나고 충동구매가 많은 시기입니다. 문제는 아직 직업을 갖기 전이어서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독립하지 못한 상태라는 데에 있습니다.

이럴 때 몇백만원까지 꺼내 쓸 수 있는 카드사의 현금서비스는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습니다.한때 카드사들이 캠퍼스에 찾아가 회원모집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였던 것도 이 때문이지요. 그러나 심각한 부작용이 곳곳에서 생기고 있습니다.

'낮에는 대학생, 밤에는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이중생활을 하는 대학생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막노동판에 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진리탐구에 열중할 나이에 빚을 갚기 위해 학교에도 못 나오는 대학생이 늘어난다는 것은 심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전대학에서 지난달 24일 '대학생 신용카드 빚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공개강좌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연을 알아봤습니다.

이 대학 정경대 김준호 학장은 "몇몇 학생이 장기간 강의를 빼먹어 이유를 알아봤더니 카드빚을 갚기 위해 돈을 벌러 가느라 학교에 못 나온다는 기막힌 사연을 듣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공개강좌를 열었다"고 합니다.

카드업무를 담당하는 시중은행 관계자를 초청해 신용카드의 부작용을 들려주고 올바른 카드 사용법을 알려줬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합니다.대학 캠퍼스에서 카드빚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강좌를 한 것은 아마도 처음일 겁니다.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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