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28살… 올해는 17살 北농구 나이 거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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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북한 남자농구팀이 선수들의 나이를 무더기로 조작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북한은 부산아시안게임 조직위에 제출한 선수 명단에 30대인 이명훈·박천종·박경남·박인철을 제외한 선수 8명의 나이를 1985년생과 86년생이라고 적어놓았다.

85년생은 만 17세로 한국에서는 고등학교 2학년이다. 경기장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부산 동아고 농구선수들은 "우리와 같은 또래라니 어림도 없는 얘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자칭 10대 선수 중 4명은 지난달 29일 아랍에미리트와의 경기에서 뛰었다. 특히 조철연(85년 10월 4일생)은 38분을 뛰면서 19득점했고 85년 12월 28일생으로 기록된 가드 김광일도 8분40여초를 뛰었다.

북한의 기재 실수가 아닌가 하고 농구대회본부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북한의 농구 책임자가 '기록된 그대로가 정확하다'고 재차 확인해주더라"며 "도저히 10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나이 제한이 있는 청소년대회도 아닌데 여권을 보자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장에서 만난 북한 임원들은 정말 85년생들이 맞느냐는 질문에 "그런 걸 뭘…"이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프로농구팀 KCC(옛 현대)가 99년 통일농구대회 때 받았던 출전선수 명단에 따르면 김광일·조철연은 28세, 문광일은 26세, 표현철·이준혁은 25세, 김명범은 22세다. 키와 포지션도 정확히 일치한다. KCC가 잘못된 정보를 받았을 수는 있으나 동명이인이 무더기로 나왔을 가능성은 없다.

올해 쿠웨이트에서 열리는 아시아 청소년대회는 84년 이후 출생자만 출전 자격이 있다. 그래서 청소년대회 출전에 대비해 사전에 증빙자료를 만들려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부산=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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