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서장훈-이명훈 개천절 맞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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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서장훈은 이명훈 때문에 1점을 손해 봤다.

30일 일본과의 경기에서 서장훈이 자유투를 던지려는 순간 이명훈이 경기장에 들어섰고 여학생들이 "꺅-" 소리를 질러 슛이 움찔했기 때문이다. 둘은 서로를 향해 싱거운 웃음을 지었다. 이번 대회 들어 상대의 경기를 여러차례 지켜봤지만 아마도 남북의 두 대표센터가 처음으로 눈을 맞춘 순간일 것이다.

서장훈과 이명훈이 3일에는 큰 몸집을 서로 부딪히며 맞대결하게 된다. B조 1위 한국(2승)은 북한이 이날 필리핀에 63-89로 져 C조 2위(1승1패)가 되는 바람에 2차 예선 2조에 같이 편성됐다.

남북한 대표팀이 국제 무대에서 경기를 하는 것은 1993년 5월 상하이 동아시아경기대회 이후 9년 만이다. 당시에는 허재·김유택 등을 앞세운 한국이 이명훈이 버틴 북한을 77-68로 물리쳤다.

당시 코치이던 최인선 감독은 당시 점수 차는 얼마 안 됐지만 실력 차는 꽤 됐었다고 기억했다. 한국은 북한과 역대 A매치에서 5승무패를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북의 이명훈과 남의 서장훈·김주성의 대결이 흥미를 끌지는 몰라도 경기 내용은 싱거울 것으로 예상한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나 조직력·전술 등에서 한국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한편 농구 한·일전에서 일본 격파의 주역은 문경은이었다.

문경은은 승부처였던 3쿼터에서 야투와 자유투 성공률 1백%를 기록하며 3점슛 3개와 함께 13점을 폭발했고 4쿼터에서도 2개의 3점포를 작렬하며 승리를 견인했다.

한국은 초반 일본의 빠른 스피드와 거친 수비에 휘말려 힘든 경기를 했다.

더블 포스트인 서장훈(13점)과 김주성(4점)이 2쿼터에 이미 반칙 4개로 파울 트러블에 걸리면서 35-37로 끌려갔다. 이때까지 리바운드 숫자에서도 14-24로 크게 뒤져 제공권을 완전히 내줬다.

한국은 3세트 들어 수비와 속공에서 해법을 찾았다. 협력 수비로 상대 공격을 함정에 몰아 넣은 뒤 수비 리바운드를 잡아 전방으로 볼을 신속히 투입하는 속공 전략이었다.

이상민에서 시작된 질풍 같은 속공이 전방으로 질주하는 문경은·전희철에게 단숨에 연결되면서 잇따라 득점포가 작렬, 일본에 끌려가던 전세를 뒤집었다.

반면 북한은 필리핀전에서 슈터 박천종(20점)이 분전했으나 최장신 센터 이명훈(13점·9리바운드)이 체력의 한계에 부딪친데다 단순한 공격 루트와 전술 부족을 드러내며 기동력에서 앞선 필리핀에 맥없이 무너졌다.

부산=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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