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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큰 기업과 작은 기업 같이 잘 사는 나라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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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명박 대통령은 30일에도 ‘친서민’에 ‘친중소기업’ 기조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 초청 만찬에서 “잘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 그리고 큰 기업과 작은 기업 할 것 없이 같이 잘사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함께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그는 특히 “법과 규제만으로는 안 된다”며 “자칫 잘못하면 중소기업이 현실적으로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법과 제도를 뛰어넘어 대기업 스스로가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런 뒤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7·28 재·보선 승리에 대해 “당이 낮은 자세로 임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느냐”며 “정부는 더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 그래야 채찍도 받지만 사랑도 받는다”고 말했다. 또 안상수 대표가 28일 큰절을 한 걸 언급하며 “선거운동 하면서 큰절을 하는 것은 봤지만, 선거 끝나고 (감사의 뜻으로) 큰절을 하는 것은 처음 봤다”며 “선거에서 이겼다고 으쓱해서는 안 되고 그럴수록 큰절하며 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저녁 한나라당 새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이 대통령이 만찬 전에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 최고위원, 김무성 원내대표, 이 대통령, 안상수 대표, 나경원 최고위원, 고흥길 정책위의장. [조문규 기자]

◆백용호가 주도하는 ‘친중소기업’ 드라이브=연일 강조되는 ‘대기업-중소기업 상생’과 관련해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백 실장은 과거 이 대통령의 싱크탱크였던 ‘동아시아연구원’ ‘국제정책연구원(GSI)’ ‘바른정책연구원(BPI)’ 세 곳의 책임자를 모두 지냈다. 정권 출범 후엔 공정거래위원장과 국세청장을 거쳤다. 그에겐 ‘MB의 경제정책 복심’이란 수식어도 따라붙는다.

그런 그가 최근 내부 회의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해야 하는 이유를 수차례 설명했다 한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한 그의 발언은 ‘정부의 대기업 옥죄기’란 비판에 대한 반론의 성격이 강하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백 실장은 “시장이 곧 민심”이라며 “시장이 깨지는 걸 막기 위해 정부가 할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다. 또 “경제운용의 중심은 시장이지만, 시장은 취약해질 수 있다”며 “부의 지나친 편중과 양극화가 시장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시장의 시스템이 깨지기 전에 정부가 서민과 소외계층에 관심을 보이고 그들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시장 시스템이 취약해지지 않으려면 정부뿐 아니라 대기업도 할 일을 해야 한다. 대기업이 기금을 조성해 사회에 환원하는 식이 아니라 중소기업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면 되는 것”이라며 일본 도요타그룹의 리콜사태를 예로 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다.

“부품을 제공하는 중소기업이 제대로 돌아가야 리콜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 대기업도 자기 존재를 위해 중소기업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인식해야 한다. 반기업 정서는 대기업엔 일종의 코스트다. 그런 걸 없애야 대기업도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백 실장은 지역상인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논란을 낳고 있는 기업형 수퍼마켓(SSM) 문제도 언급했다. “중소기업의 영역을 무리하게 차지하는 데 대한 사회적 저항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그리고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대기업이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백 실장과 투톱을 이루고 있는 임태희 대통령실장 역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노동부 장관 시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없이는 대한민국이 선진화될 수 없다”고 누누이 강조해온 인물이다.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청와대 투톱의 성향만 보더라도 최근 청와대의 ‘친중소기업’ 행보가 단순한 일회성이 아니란 점을 알 수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MB “공직자도 세대교체 화두에 맞춰야”=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주재한 확대비서관회의에서 “공직자들도 시대적 화두인 ‘세대교체’에 맞춰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이를 갖고 세대교체를 얘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필요한 것은 젊은 사고다. 공직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늙은 젊은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있을 개각의 컨셉트가 세대교체가 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해석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출범 때부터 도덕적으로 깨끗하게 출발했다. 도덕적으로 떳떳한 정부의 전통을 세워 나가자”고 도덕 재무장을 주문했다.  

글=서승욱·남궁욱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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