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로 지구 3분의 1 달린 두 사내 “세상 돌아보니 사람들 모두는 같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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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완 맥그리거의 레알 바이크
이완 맥그리거·찰리 부어맨 지음
채인택 옮김, 이레
460쪽, 1만3800원

사내들의 거친 여행기다. ‘사내’라고 적을 수밖에 없다. 유명 영화 배우로 저자들을 소개하기가 멋쩍다. 이완 맥그리거와 찰리 부어맨의 이름값은 사실 중요치 않다. 다만 모터사이클과 사랑에 빠진 두 사내의 좌충우돌 모험담으로 책읽기를 시작하자.

대개의 사내들처럼 이들에게도 해결되지 못한 꿈이 있었다. 모터사이클로 세계를 가로지르겠다는, 철없는 ‘아저씨’의 무모한 꿈 말이다. 운 좋게도 이 꿈은 2004년 현실이 됐다. 그 해 4월부터 석 달 동안 모터사이클을 끌고 3만5960㎞를 달렸다. 슬로바키아·몽골 등을 거쳐 알래스카·뉴욕에 이르는 장대한 여행길이다.

책은 두 사나이의 일기를 번갈아 실었다. 낯선 여행지에서 겪은 체험담이 이완의 눈과 찰리의 눈을 오가며 펼쳐진다.

모터사이클에 올라 탄 사내들이라고 해서 강인한 이미지만 떠올리진 마시라. 앞서 적었듯, 이건 사내들의 여행기다. 무릇 사내란 작은 일로도 투닥거리는 군상들이다. 이를테면 이완과 찰리는 배가 고파서 날카로워지고, 경찰 앞에서 잔뜩 겁을 먹기도 한다. 아내가 그리워서 자주 짜증을 내는 것도 딱 보통 사내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모든 여행은 성찰의 시간이다. 하물며 수만 ㎞를 모터사이클로만 누비는 여행이라면, 그 성찰의 깊이는 아득할 수밖에 없다. 두 사내는 낯선 세계를 떠돌며 지구촌의 동질성을 곱씹었다. 몽골 등에선 구호 활동도 했다. 이완의 말을 옮긴다. “지구의 3분의 1을 달린 우리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모두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은 그렇게 크지 않다.”

여행은 끝내 돌아오는 과정이다. 이들의 여정도 그리운 가족과의 만남으로 마무리 됐다. 그러나 가족에게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은 오롯이 가슴에 박혔을 테다. 이완은 ‘삶의 제 3의 멤버’인 모터사이클 곁에서 이렇게 회고한다. “무척 즐거웠고, 무척 놀라웠고, 무척 신비한 경험이었다.”

이들의 여행기는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됐다. 하지만 카메라가 담지 못한 날 것 그대로의 여행담은 이 책뿐이다. 두 사내의 생생한 여행기가 잘 짜인 ‘로드 무비’를 보는 듯 펼쳐진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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