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내 생각은…

저작권 보호, 형벌 강화가 능사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문화관광부나 일부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저작권법 개정의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저작권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저작권 침해자를 처벌하는 현행 '친고죄'조항을 삭제하거나, '반의사 불벌죄'로 바꾸자고 주장한다. 두 가지 개정안 모두 저작권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저작권 침해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을 강화해 저작권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저작권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면서 밥을 먹고 있는 사람으로서 저작권자를 보호하자는 취지 자체에는 깊이 공감한다. 하지만 형사처벌을 강화하기만 하면 저작권자들이 보호될 수 있다는 생각은 다소 안이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현행 저작권법의 문제는 저작권자들이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손해배상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은 저작권을 침해당한 저작권자들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손해배상액이 소송 비용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저작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다.

최근 자신이 달력회사에 납품한 사진을 달력에서 떼어내 따로 전시한 병원 측을 고소한 한 사진작가는 항소심에서 150만원을 배상받았다. 그가 항소심까지 올라가면서 썼을 소송 비용이나 노력에 턱없이 못 미치는 금액일 것이다. 저작권 침해에 대한 실질적인 '배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실태 때문에 저작권자들은 민사소송보다 절차가 간단하고 후한 합의금을 얻어낼 수 있는 형사고소를 선호하는 추세다. 저작권 침해자들은 범죄자가 되지 않기 위해 저작권자들에게 후한 합의금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이들은 형사처벌을 받고 범죄자가 된다.

그러나 저작물의 향유자들을 설득해 나가는 노력 등이 힘들고 당장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형벌을 강화하는 것은 저작권자와 저작권 침해자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저작권자들에게 저작권 불법 향유자들은 '저작권 도둑'인 동시에 '팬'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생을 범죄자로 낙인찍히게 만드는 형벌은 항상 최후의 수단으로 행사돼야 한다.

근대화 과정에서 형성된 '형법(벌)의 보충성'이란 취지가 바로 이것이다. 무슨 일만 생기면 '형벌'로 사건을 해결하려는 태도는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음악.동영상 등 여러 저작물이 P2P 등의 다양한 형식을 통해 일반 국민 사이에 공유되는 시대다. 이런 현실에서 저작물 불법 향유를 근절한다며 형벌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자칫 전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 위험이 따를 수도 있다.

대안은 따로 있다. 음반을 사지 않고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다운로드해 들은 이들에게는 음반을 산 경우보다 더 많은 경제적 대가를 지급하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즉 저작권자가 침해된 저작권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먼저 정립돼야 하는 것이다.

형벌 강화라는 처방은 능사가 아니다. 저작권 위반 손해배상제도를 제대로 손질한 다음에 '최후의 수단'으로 논의돼야 할 문제라고 본다.

표종록 변호사·법무법인 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