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문제 투명해야 교회 반듯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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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물량주의·개(個)교회주의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개신교계에 교회의 건강을 되찾으려는 노력이 움트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나 주보로 신자들에게 교회의 재정상태를 밝히는 교회가 있는가 하면, 목사의 '권력'을 분산시켜 교회 내 민주화를 꾀하는 움직임이 속속 가시화하는 추세다. 그런 교회들의 목사를 찾아 아이디어들을 들어본다.

편집자

김동호(51)목사가 재직하고 있는 '높은 뜻 숭의교회'는 분위기부터 특이하다. 남산의 숭의여자대학 제 1별관 옆에 위치한 삼중빌딩 2층에 세 들어 있는 이 교회를 최근에 처음 찾은 기자는 교회 앞에서 주춤했다.성화(聖畵)나 십자가를 머릿속으로 떠올렸던 예상이 깨졌기 때문이다. 건물 외부에 십자가도 없고, 작은 배너 간판 하나뿐이었다. 교회 안에는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유화가 걸려 있고, 안내 데스크는 안락한 사무실 같았다.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일 듯했다. 재정 등 모든 일에 투명해지려는 김목사의 소신이 느껴졌다.

-인터넷에 올린 교회의 회계 보고서를 보고 놀랐습니다.

"그것 대단한 일 아닙니다. 그렇게 보고하고도 얼마든지 돈을 잘 못 쓸 수 있어요. 외부 감사를 받아야 진짜 투명해집니다. 다음달 창립 1주년 쯤에 외부 기관에 감사를 맡길 예정입니다."

이 교회의 사이트(www.soongeui.org)에 들어가면 헌금 수입에서부터 수십 개에 이르는 지출 항목까지 재정상태를 세세하게 밝혀놓고 있다. 7월의 경우 총수입 십일조 헌금 1억1천2백만원과 주일 헌금 2천5백여만원을 포함 총 1억5천8백만원이고, 지출은 교회 관리비 5백30만원과 직원 식대 68만원 등 1억1천5백만원이다. 김목사를 포함한 목사 4명과 전도사 4명의 급여는 1천3백20만원으로 돼 있다. 이 교회의 출석 교인수는 어린이까지 포함해 1천8백명이다.

-돈을 보는 철학이 궁금합니다.

"돈 자체엔 선악의 개념이 없어요. 불완전한 사람이 문제지요. 사람을 잘못 만나 돈이 고생하는 셈입니다. 돈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어요. 돈문제가 불투명해지면 제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반듯할 수 없는 법이지요."

그래서 김목사는 설교의 60∼70%를 돈 이야기로 끌고 간다. 돈을 바르게 벌어 바르게 쓰는 방법에 초점이 모아진다. 그런 설교들을 모아 지난해 펴낸 『깨끗한 부자』(규장)가 1년 만에 4만권 팔렸다고 한다.

-재정을 공개한 데 대한 피드백은 어떤 식으로 나타납니까.

"생각만큼 반응이 크지는 않아요. 우리 교회에 문제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의미는 크다고 봅니다.

"작은 것들이 모여 쌓이고 쌓이면 항거할 수 없는 대세로 커 갈 겁니다. 건전한 유행을 도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투명하지 않으면 불편하게 되는 그런 유행 말입니다. 교회에도 시장논리가 형성돼야 합니다. 교인들이 교회를 선택하는 까닭에 반듯하지 않으면 교회라도 도태되는 그런 분위기가 정착돼야 해요. 여기서 좋은 상품이란 바로 성서적인 교회입니다."

-1년 사이에 높은 뜻 숭의교회도 흘쩍 커버렸습니다.

"교인이 3천명 정도 되면 또 다시 생각해볼 겁니다. 제가 나가든지, 다른 목사를 독립시키든지…. 건강한 교회를 네트워크화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목사는 인터뷰 끝에 "세상을 고치는 교회가 돼야 하는데 그러하질 못하니 언론 등에서 교회를 고치려고 나서지요"라며 웃었다.

정명진 기자

m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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