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경제특구 딴나라에도 맞을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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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중국은 24일 북한이 네덜란드 국적의 화교 사업가 양빈 어우야 그룹 회장을 신의주 특구 초대 행정장관에 임명했다는 외신들의 보도에 대해 "그에 대해 아는 바 없다"며 논평을 거부했다.

중국 외교부의 장치웨(章啓月)대변인은 이날 외교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특구 설치를 환영한다"면서도 "중국에 맞는 방식이 다른 나라에도 반드시 맞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章대변인은 "중국은 북한 접경지역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그간 극도로 외국인을 혐오해 온 북한 정권이 특구의 초대장관에 외국인을 임명했다는 데 투자자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특구가 성공하면 '양쪽의 성공'으로 평가하겠지만 실패할 때는 '외국인의 책임'으로 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AFP통신은 베이징(北京)발 기사에서 "북한이 말 잘하는 사람의 언변에 넘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일에 뛰어든 것 같다"는 평양 주재 서방 외교관의 말을 인용, 신의주 특구 구상에 대한 일부의 회의적 시각을 전했다.

그러나 CNN 방송은 "특구 지정과 양빈의 초대 장관 임명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이 50년 넘게 추구해 온 사회주의 도그마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징표"라고 분석했다. 방송은 "김정일 위원장은 바깥 세상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기를 열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최근 북한 정권의 움직임은 고립에서 탈피하려는 구체적 신호"라며 "베트남 등 공산 국가들이 시장개방 과정에서 중국을 모델로 삼았듯 북한도 중국의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AP통신은 "중국이 오랜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북한에 자신의 경제개혁 모델을 따르도록 요구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워싱턴·홍콩·베이징=김진·이양수·유광종 특파원

ji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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