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 69명 후보 단일화 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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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신당 추진파들이 24일 노무현 후보에게 대통령후보 단일화 수용을 요구하는 '최후 통첩'을 했다. 탈당·잔류를 놓고 엇갈리던 비노·반노파가 일단 '후보 단일화'라는 공통 목표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최명헌(崔明憲)·장태완(張泰玩)·이윤수(李允洙)·설송웅(?松雄)의원 등 '구당(救黨)모임' 멤버 8명은 이날 조찬 모임에서 당대당 통합을 위한 통합신당 수임기구 설치를 당 지도부에 건의했다. 시한도 국정감사가 끝나는 다음달 5일까지로 못박았다. ?의원은 "취지에 공감·서명한 의원수가 69명에 이른다"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중대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노·비노 모임의 대표자들은 이날 한화갑(韓和甲)대표를 따로 만나 압박했다. 비노파 중진인 김영배(金令培)의원과 탈당 추진파를 이끌고 있는 박상규(朴尙奎)·김원길(金元吉)의원, 충청권의 박병석(朴炳錫)의원 등은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의원이 통합신당의 후보로 단일화해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통합신당을 위한 수임기구 구성을 촉구했다.

이들이 다시 한번 강력히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은 추석 연휴를 통해 나름대로 민심을 확인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盧후보나 鄭의원 가운데 국민 지지도가 높은 후보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고 소개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통합 수임기구→당대당 통합(통합신당)→후보 단일화다. 통합 결의가 이뤄질 경우 의원들의 개별 탈당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덜면서 동조 세력을 폭넓게 규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 같다.

이들은 통합신당이 무산될 경우에 대비, 배수진도 쳤다. 한 참석자는 ▶盧후보·韓대표 사퇴 운동을 하거나▶집단 탈당하는 방안이 거론됐다고 전했다. 사퇴 요구로 盧후보를 압박할 참이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盧후보는 "도저히 합쳐질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갈라져야 한다"고 말해 후보 단일화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盧후보 측은 예정대로 오는 30일 선대위 출범을 강행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韓대표는 조만간 통합 수임기구 구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당무회의를 소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무회의가 열리면 친노파와 신당파 간 격돌이 표면화될 게 뻔하다. 표 대결도 불가피할 전망이며 자칫 사태가 분당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 국면에 접어든 민주당 내분 사태는 이달 말 고비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민 기자

jm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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