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11명 미니학교서 전국과학대회 휩쓸어 전교생이 '꼬마 과학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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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전북 군산에서 배를 타고 2시간을 가면 나타나는 선유도. 주민이 2백여명에 불과한 이 섬마을에 있는 선유도초등학교는 전교생이 11명뿐이다.

이 작은 섬마을 학교 어린 학생들이 전국과학경진대회를 휩쓸고 있어 화제다.

4학년 나덕규(10)군은 지난 15일 과학문화재단이 주최한 전국청소년 과학경진대회 모형항공기 부문에서 금상을 받았다.

이 대회에는 전국 각 시·도에서 내로라하는 대표 학생 40여명이 참가했다.

이틀 전인 13일에는 군산시내 44개 학교 학생들이 참가한 과학실험경연대회에서 6학년 임진솔(12)양이 금상을 탔다. 임양은 지난해에도 짝꿍인 서희양과 팀을 이뤄 '초등생들의 창의력 올림피아드'로 불리는 과학교육연합회 주최 과학탐구 올림픽대회에서 '페트병을 이용한 해충 포획방법'으로 환경탐구 금상을 받았었다.

또 지난 5월 열린 군산시 청소년 과학경진대회에서 임양과 나군, 5학년 임익환군 등 3명이 금상을, 6학년 서희와 5학년 이은지 양 두명은 은상을 받았다.

전국발명품 경진대회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학교 측이 참가를 금지하고 있는 1∼3학년 저학년 학생들을 제외한 이 학교 학생들이 금상 1회, 은상 3회, 동상 2회를 차지하는 등 전교생이 입상하기도 했다.

발명가가 꿈인 임진솔양은 "선생님들이 특별히 요구하거나 가르쳐주는 것도 없는데 스스로 무엇이든 만들고 실험하는 습관이 나도 모르게 생겼다"면서 "궁금한 것을 선생님에게 여쭤보고 만들어보다가 상까지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학생들이 전국 규모 과학·발명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교사·학생간에 체험주의식 교육이 효과를 본 결과라고 교사들은 설명한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거미는 어떻게 집을 짓나' '나팔꽃은 왜 오른쪽으로 감아 올라가나'등의 문제를 내주고 학생들이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현장에서 숙제를 풀어오도록 유도해 관찰력과 호기심을 북돋운다는 것이다.

교실마다 달변화 관측기·번개 실험 관찰기·별자리 관측기 등 탐구기구가 가득하고 복도에는 기울기가 조절되는 지구본·화장지 배분기 등을 늘어놔 학생들 스스로 세상 물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유도한다.

이 학교 강용구(姜龍求·59)교장은 "일반 학교와 다른 특별한 교과과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섬마을의 자연현상을 직접 경험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해 보도록 유도하는 동기유발식 교육이 효과를 본 것"이라며 "방과후 매일 1시간씩 실험·관찰·만들기 등의 특별활동이 수상의 비결"라고 소개했다. 선유도=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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