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백지상태서 충분히 검토 뒤 개각 내용 발표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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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얼굴) 대통령은 29일 한나라당의 국회의원 재·보선 승리와 관련해 “더욱 겸허한 자세로 국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짤막한 소감을 밝혔다.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앞서 참모들과 대화하면서다.

이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당·정·청은 이번 두 번의 선거(6·2 지방선거와 7·28 재·보선)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뜻을 깊이 새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낮 청와대 구내식당을 갑자기 찾았다. 그리고 직원들과 함께 삼계탕을 들었다. 식사 후엔 행정 인턴직원들과 청와대 민원인 출입문인 ‘연풍문’의 카페를 찾아 차를 마셨다. 그런 이 대통령의 동선과 표정에서는 여유가 묻어났다.

정운찬 총리가 이날 사퇴를 공식화함에 따라 이 대통령에겐 재·보선 이후로 미뤄놓았던 개각이 발등에 떨어진 숙제가 됐다. 이 대통령이 8월 첫 주에 휴가를 떠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개각 발표 시기는 그 다음 주 초인 10일 전후가 유력하다. 이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내가 원점에서, 백지 상태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고민을 많이 한 뒤에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한다.

정 총리 후임과 관련해 유력 후보군의 이름은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6월 중순부터 전임 청와대 2기 참모들과, 7월 중순 청와대 개편을 단행한 이후엔 제3기 참모들과 총리 인선 문제를 놓고 숙의해 왔다. 협의 과정이 길어지면서 당초 후보군에 포함됐던 인물들이 일부 제외되고 새로운 인물이 부상하는 등 변동이 심하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중도실용, 친서민’ 기조에 맞고, 이 대통령 고향인 TK(대구·경북) 출신은 곤란하며,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카드여야 하는 등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교체형 총리냐, 일 잘하는 정책형 총리냐, 친서민형 총리냐를 놓고 이 대통령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으며, 유형별로 1~2명씩의 인사가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개각 규모는 6~8개 부처의 장관이 교체되는 중폭 이상이라는 게 정설이다. 장관 후보자들은 대부분 2배수 정도로 좁혀졌고, 마지막 검증작업이 한창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친서민’ ‘친중소기업’ 행보는 국정의 중심기조로 계속 이어질 것이며,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구상은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구체화될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이 관계자는 “친서민과 중도실용주의 기조뿐 아니라 전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공존과 상생’의 메시지가 경축사에 담길 것”이라며 “왜 친서민 정책을 펴야 하고, 녹색성장을 해야 하는지, 또 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하는지 등을 이 대통령이 경축사에 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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