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한국재단 설립 "한국서 번 돈 한국서 쓰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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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요타자동차가 한국에 인문학 연구와 시민단체(NGO)를 후원하는 도요타재단을 설립한다.

도요타코리아는 오는 3월 30억원을 출자해 '도요타 한국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외국 기업이 한국의 문화.학술 활동을 지원한 적은 있으나 재단을 설립하는 것은 처음이다.

도요타는 해마다 수억~수십억원의 출연금을 증액해 2010년 이후에는 100억원대의 재단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재단 사업비는 출연금 이자로 운영하며, 첫해에는 1억원 정도로 책정했다.

도요타 본사 관계자는 "한국은 일본의 경제적 파트너일 뿐 아니라 정치.사회.문화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이웃이므로 양국 간 이해를 높이려는 노력이 지금보다 많이 필요하다"며 "한국에서 나오는 이익은 한국에서 쓴다는 전제 아래 한국재단을 만들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 설립 기념으로 3월 말이나 4월 초 조 후지오 본사 사장이 한국을 찾아 공개 강연회를 열 계획이다. 조 후지오 사장은 지난해 방한, 서대문형무소와 국립박물관을 견학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판매 증대라는 단기 전략과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라는 장기 전략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화학술계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문화계 관계자는 "도요타재단이 지난해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일본에 유리한 연구 주제를 지원한 경우도 있었던 만큼 앞으로 재단의 지원 테마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1974년 출연금 500억원으로 시작한 도요타재단은 매년 도요타에서 수십억~수백억원을 후원받아 일본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출연금 3500억원에 연간 사업비만 100억원이 넘는다. 미국.캐나다.독일.태국.필리핀.남아공 등 해외 현지 공장이 있는 6개 국가에 재단이 설립됐다. 자사 공장이 없는 국가에 재단을 설립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한국 등 아시아 사업부는 도요타 창업 일가의 4세인 아키오(章男)전무가 맡고 있다. 도요타코리아는 지난해 국내에서 5362대를 팔아 BMW에 이어 수입차 업체 2위에 올랐다. 도요타 그룹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14개 계열사로 구성돼 지난해 전 세계에서 매출 330조원, 순이익 28조원을 올렸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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