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民心동향 문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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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3일 서울고검 등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는 국정원의 정치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문건으로 논란이 빚어졌다.'지역분석 작성시 참고사항'이라는 문제의 문건을 한나라당 원희룡(元喜龍)의원이 입수, 공개했기 때문이다.

문건의 골자는 4·13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별 지역정서와 민심추이 등을 분석, 보고하라는 지시. 지역 내 현안과 출마 거론자 등에 관해서도 보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문건에는 '공동여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없을 경우 경쟁력을 보유한 제3의 인물을 추천(하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논란을 부를 예민한 대목이다.

元의원은 "정치개입을 금지한 국가정보원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증거를 넘겨줄테니 즉각 수사하라"고 검찰을 몰아세웠다.

문건의 정치권 유입 의혹도 제기됐다. "제3의 인물에 대한 추천 내용은 청와대와 함께 민주당 창당 및 공천작업을 주도했던 권노갑(權魯甲)씨에게 전달돼 사용됐을 공산이 크다"고 元의원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천용택 의원과 국정원 측은 강력히 부인했다. 千의원은 해명자료에서 "元의원이 출처불명의 문건으로 본인과 국정원을 공격한 것은 한나라당 측 정치공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측도 "우리 원은 관련법에 따라 정치개입을 일절 하지 않고 있으며 출처불명의 문건을 갖고 우리 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유감스럽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元의원은 "아무리 부인해도 문건이 사실임을 증명할 추가 증거들이 여럿 있다"며 다른 문건을 더 공개할 태세다. 파괴력이 매우 큰 사안이라 상황에 따라선 정국에 태풍이 몰아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남정호 기자 nam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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