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악수… 달라진 北선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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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선수촌에 도착해 점심을 잔뜩 먹었더니)배 불러서 얘기 못하겠습네다."

세계 최장신 농구선수 이명훈(33)의 능청스런 한마디에 주위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북한 선수단이 부산시 해운대구 반여동에 위치한 아시안게임 선수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30분. 왕상은 선수촌장이 "오시는 데 불편함은 없었습니까"라며 인사말을 건네자 북한 선수단 방문일 단장은 "이렇게 따뜻이 환대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라며 악수를 건넸다.

북한 선수단이 묵는 곳은 선수촌 114동. 선수촌에서 가장 중앙에 위치해 외부에서 접근하기가 가장 어려운 위치다. 본래 아시안게임 조직위는 119동에 북한 선수단 숙소를 배정할 예정이었으나 북측이 "가장자리에 있어 외부에 노출된다. 좀더 안전한 곳을 달라"며 부탁해 부랴부랴 교체했다는 후문이다.

북한 선수단은 114동의 1호에서 4호까지를 사용한다. 1·2호는 41평형으로 7명씩 묵으며 3·4호는 34평형으로 6명이 같이 쓰게 된다.

관심을 끌었던 '이명훈 침대'는 403호에 긴급 설치됐다. 조직위는 2m35㎝나 되는 이명훈을 위해 가로 1m·세로 2m인 침대 끝편에 50㎝ 가량의 보조 침대를 덧붙인 특수 침대를 제작해 제공했다. 혹시 불편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이명훈은 "아직 첫날인데 어떻게 알겠습니까. 좀 지나봐야 알겠죠"라며 멋쩍게 웃어보였다.

북한 선수단은 숙소 배정이 늦어져 114동 앞에서 1시간 가량 기다렸지만 조급해 하지 않았다. 임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나눠 피웠다. '개방'을 암시하듯 외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부산=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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