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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마저 날 의심하다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았다면 20일 개봉하는 '임포스터'(감독 게리 플래더)를 권할 만하다. 액션의 크기나 화면의 스펙터클에선 '임포스터'가 '마이너리티'를 따라가기 어렵지만 기저에 깔려있는 문제의식은 유사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이 극한으로 발전한 미래 사회의 정체성 혼란을 해부하려는 의도가 엇비슷하다. '블레이드 러너''토탈 리콜' 등 SF영화의 원작자로 유명한 필립 K 딕의 단편소설을 영상으로 옮겼다는 점도 동일하다.

'임포스터'의 시간적 배경은 2079년. 지구는 십여년간 외계인과 전쟁 중이다. 정부 소속의 뛰어난 과학자인 스펜서(게리 시니즈)가 외계인이 지구에 스파이로 파견한 사이보그로 오해받으면서 빚어지는 혼란을 담고 있다. 어릴 적 외계인의 공격에 아버지를 잃고 그들을 물리칠 첨단 무기를 개발한 스펜서가 오히려 지구의 고위 인사를 암살하려는 '자폭대원'으로 몰린다. 아내(매들린 스토)마저 자신을 의심하는 상황에서 스스로의 정체를 밝혀내려는 그의 고군분투를 통해 생체 복제 시대의 인간성 문제가 을씨년스럽게 형상화된다.

말로 작동되는 가전기기, 척추에 이식된 개인정보 칩,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비디오 카메라 등 미래 묘사가 흥미롭고, "현재 존재하는 내가 과연 나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도 암울한 영상과 맞아떨어진다. 막바지 반전을 삽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쉼표 없이 펼쳐지는 추격전 탓에 후반에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지고 지루해지는 느낌을 주는 게 가장 큰 결함이다. 개봉관이 서울의 몇 곳밖에 안되기 때문에 SF팬이라면 다소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원제 Impostor. 12세 이상 관람가.

박정호 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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