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합니다] '지메시' 지소연 어머니가 털어놓는 비하인드 스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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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여자축구에서 6골을 몰아넣으며 여자축구 4강 신화를 이끈 지소연의 어머니 김애리 씨가 서울 동대문구 자택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씨는 지소연이 어릴 때부터 또래 아이들보다 체격이 작고 피부가 까만 탓에 '지똥이'라고 불렸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전반 28분, 아크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 지소연(19)이 담담히 키커로 나섰다. 상대팀을 힐끗 쳐다본 후 거침없이 찬 그녀의 볼이 수비벽을 살짝 넘기며 골키퍼를 지나 골대 구석으로 휘어 들어갔다. 말 그대로 그림 같은 프리킥이 탄생한 것이다. 그 시각 이문동의 한 골목에선 새벽 2시의 적막함을 깨고 한 여성의 함성이 터져나왔다.“박수치며 소리를 질렀더니 이웃집에서 조용히 하라고 할 정도였죠.” 지소연의 어머니 김애리(43)씨는 감격에 찬 모습으로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 26일 열린 U-20 여자월드컵 멕시코와의 8강전에서 멋지게 프리킥을 성공시킨 지소연은 이번 대회에서 여섯 골을 몰아넣은, 일명 '지메시'로 불리며 여자축구 4강 신화를 이끈 주역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위치한 지소연의 집에서 그녀의 가족을 만났다. 딸의 치솟는 인기 덕에 각종 인터뷰 요청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어머니 김씨는 취재진을 보자마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많은 언론에서 가정사를 너무 여과없이 들췄어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무엇보다 소연이가 한국에 돌아와서 그 기사들을 볼텐데 상처 받을까봐 걱정이예요.” 딸에 대한 밝고 예쁜 기사를 써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래도 딸인데 예쁜 옷 입고, 예쁜 것 했으면 좋겠단 생각도 했죠. 그래서 피아노, 바이올린 여러가지 다 시켜봤는데 전부 한 달을 못 갔어요. 그런데 축구는 재미있어 하더라구요. 본인도 그게 적성에 맞는다고 하니 반대할 이유가 없었죠.” 딸의 운동선수로의 진로에 단 한번도 반대한 적이 없다는 김씨. 평소 욕심이 많고, 끈기가 좋은 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던터라 그런 딸을 믿기로 한 것이다.

여자 축구에는 무관심한 열악한 환경이지만 딸은 늘 씩씩했다. “남자 축구는 중계해주면서 왜 여자 축구는 중계 안 해주냐고 속상해해요. 그래서 더 이 악물고 하겠대요. 여자 축구 발전을 위해서도, 그리고 자기 후배들을 위해서도...”가끔은 씩씩함을 넘어선 당돌함도 보였다. “제가 박지성 팬이라서 소연이한테 파주 센터에서 박선수 만나면 싸인 좀 받아달라고 했더니 자기도 대표인데 왜 받냐고 해요. 자기 싸인이나 받으라고...(웃음)” 이 때 옆에 있던 남동생 지승연(17)군이 한마디 거든다. “축구선수 안 했으면 뭘 했을지...(웃음)” 평소 누나를 정신적 지주로 생각한다는 동생 승연군은 “친구들이 ‘너희 누나 잘 됐으니깐 너도 열심히 해.’라고 해요. 누나를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죠. 이젠 제 차례예요. 엄마 기쁘게 해드려야죠.”라고 말했다. 어머니 김씨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지소연은 29일 밤 10시 30분, 독일과의 4강전을 앞두고 있다. 김씨는 “소연이를 비롯해 모든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경기를 끝냈으면 좋겠어요. 혹시나 경기에 이기지 못 하더라도 나무라지 말고 예쁜 모습으로 봐주셨으면 해요.”라며 걱정 섞인 당부를 전했다. “요즘 전화통화 할 때마다 소연이가 ‘엄마, 나 한국가는 날 된장찌개 해 놓는 센스알지?’ 라고 해요. 딸이 가장 좋아하는 된장찌개와 갈비찜을 당장이라도 해주고 싶다며 활짝 웃는 김씨에게서 이 순간 가장 행복한 '엄마'의 모습이 묻어났다.

글=유혜은 기자 · 동영상 손진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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