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은 없다” … 고무된 청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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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7·28 재·보선 승리에 청와대는 잔뜩 고무됐다. 그러나 6·2 지방선거 참패의 기억 때문인지 겉으론 한껏 몸을 낮췄다. 개표 막바지까지도 대변인 명의의 공식 반응은 없었다. 정진석 정무수석을 비롯한 대부분의 참모들은 “더욱더 옷깃을 여미고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오후 7시쯤 관저로 퇴근한 이명박(얼굴) 대통령은 참모들로부터 시시각각 선거 상황 보고를 받았다. 개표 상황이 유리하게 전개되면서 이 대통령의 표정은 점점 밝아졌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 패배의 악몽에서 벗어나 국정운영의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6·2 지방선거 결과가 ‘과도한 견제’로 나타나자 국민들이 높은 균형감각을 갖고 여당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청와대는 특히 이 대통령의 복심인 이재오 전 의원과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승리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두 사람의 승리가 이 대통령에게 거는 국민의 기대감을 상징한다는 거다. 지방선거 참패에 이어 자칫 이번 재·보선까지 패했다면 이 대통령의 국정 주도권이 크게 약화될 수 있었다. 그래서 청와대에선 “레임덕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저지선을 마련했다”(핵심 관계자)는 평가도 나왔다.

지방선거 이후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는 등 좋지 않은 여건에서 얻은 수도권·충청에서의 승리를 놓고는 ‘선거에 임박해 부각된 이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이 먹혀 들었다’는 해석도 내놓았다. 그런 만큼 이 대통령의 ‘친서민 중도실용주의’ 드라이브가 더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4대 강 살리기 사업 등 국책사업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민간인·정치인 사찰 논란 등 민감한 사안들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한 숙제로 남게 됐다.

7·28 재·보선 결과는 유임론과 교체론이 엇갈리는 정운찬 총리의 거취에도 영향을 줄 듯하다. 청와대엔 최근 “재·보선 결과가 좋을 경우 정 총리가 유임될 수도 있다. 중도실용주의나 친서민 기조에 정 총리만 한 사람이 없지 않으냐”는 기류가 존재했다. 물론 “이 대통령이 오히려 과감한 변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정 총리 교체론’도 여전해 이 대통령의 최종 결단이 주목된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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