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대기업 질책, 친서민 행보’ 에 재계·정부 갈등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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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 갈팡질팡한다”
대기업 압박에 불만

현 정부 첫 비판한 전경련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을 잡아라.”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상근 부회장의 28일 제주 하계포럼 개회사는 이례적이다. 재계를 대표해온 전경련이 정부를 향해 “국가적 위기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 는 식의 쓴소리를 쏟아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최종적으로 삭제되긴 했지만 언론에 애초 배포된 개회사 초안엔 "국정을 책임지는 리더들이 장차 국가가 어떻게 나가야 될지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와 정부도 서로 소통이 안 돼 갈팡질팡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전경련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 각을 세운 일이 없었다.

이번 개회사는 이명박 대통령과 경제부처 장관, 여당인 한나라당에서 “대기업들이 투자와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취지의 압박을 잇따라 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전경련도 이런 입장 표명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를 리 없다. 따라서 최근 대기업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정부에 대한 불만의 일단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준비된 반발’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최근의 압박을 대놓고 반박하지는 않았지만 정부·여당이 내홍을 겪고 있는 세종시와 4대 강 사업을 정면으로 문제 삼은 것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요즘 재계에선 선제적인 투자 확대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 앞장서온 대기업의 공헌을 정부가 지나치게 깎아내리고 있다는 서운함이 넓게 퍼져 있다. 이번 개회사는 전경련의 공식 의견인 동시에 재계의 입장이기도 하다. 전경련 관계자는 “개회사는 평소 각종 회의에서 논의되는 재계의 의견을 취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경련은 개회사 직후 파문이 커지자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개회사는 그동안 세종시와 4대 강 등 중요한 국가 정책들이 너무 혼선을 빚어와 앞으로 결집된 목소리를 내달라는 의미였다”며 “최근 정부·여당의 대기업 압박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기업 비리 중점 수사”
‘특수통’ 전진 배치

대검 중수부 1년 만에 재가동 그간 권력형 비리 등 대형 사건 수사를 담당해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수사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최소한 1년은 지나야 노 전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검찰 인사로 김홍일 중수부장이 유임된 가운데 특수통인 우병우 범죄정보기획관과 윤석열 범죄정보2담당관 등이 중수부 수사팀에 합류하면서 재가동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정치적 논란에 발이 묶여 있었던 중수부로서는 기업 비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도 “아직 구체적인 수사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중수부 수사가 향할 방향은 기업 쪽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초청 간담회에서 “사회적 책임이 큰 중대 범죄 위주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제시했다. 그는 ▶공기업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 ▶상장기업 ▶거액 대출 기업 등을 주요 수사 대상으로 꼽았다. 중수부는 그간 기업 비리와 관련된 첩보를 계속 수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휴가철이 끝나는 8월 말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명숙 전 총리 수사로 정치적 비판에 직면했던 서울중앙지검도 고강도 수사에 나설 태세다. 특수2부가 ‘5만 달러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뒤 부실 수사란 지적을 받았었다. 이번 인사로 수사진이 개편되면서 기업 비리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수1부의 경우 이미 지난번 수사팀에서도 여러 가지 중요 사건을 내사해왔기 때문에 중수부보다 한발 앞서 본격 수사를 시작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올 하반기도 검찰 입장에선 만만치 않은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기업 수사를 하다 보면 정치인들의 연루 의혹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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