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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서 ‘작은 동물원’ 선물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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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스리랑카 정부가 한국에 암수 코끼리 한 쌍과 함께 황금원숭이·이구아나·카멜레온 등 국내 희귀 동물 40여 종 153마리를 9월 초 무상 기증하기로 했다고 외교 소식통과 NGO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사진) 목사가 28일 밝혔다.

이 동물들은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수용될 예정이다. 코끼리 등 국제 교역이 전면 금지돼 가격 책정 자체가 불가능한 진귀 동물들이 대규모로 무상 반입되기는 처음이다.

김 목사는 “마힌다 라자팍세 스리랑카 대통령이 15년간 한국 내 스리랑카 노동자들을 도와온 지구촌사랑나눔에 대한 감사의 뜻과 한국에 대한 우호의 정신에서 파격적으로 이같이 결정했다”며 “특히 스리랑카 정부는 코끼리의 경우 번식 능력이 뛰어난 5살(수), 6살(암)짜리를 기증키로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했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코끼리가 11마리밖에 없다. 김 목사는 “서울대공원은 포유류·파충류·조류를 망라한 153마리를 국내로 수송하기 위해 ‘노아의 방주’란 작전명 아래 8700만원을 들여 대한항공의 대형 화물기를 임차하고 스리랑카 현지에 관계자들을 파견하는 등 준비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특히 ‘랑카(암)’와 ‘코리(수)’로 명명된 코끼리 한 쌍은 지난달부터 현지에서 특수 제작된 컨테이너에 매일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며 서울까지의 장거리 비행 적응 훈련에 들어갔다고 김 목사는 말했다.

김 목사는 “스리랑카 정부 최고위층이 직접 이 동물들을 데리고 방한해 우리 정부 최고위층에 전달하는 방안이 양국 간에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당초 서울대공원은 멸종 위기에 몰린 동물 14종 수십 마리를 기증 대상으로 부탁했으나 스리랑카 정부는 ‘그 외에도 우리가 구할 수 있는 동물은 다 주겠다’며 스리랑카 특산 표범과 악어를 포함해 200마리까지 줄 수 있다고 밝혔다”며 “이에 따라 양측 간 협의 끝에 40종 153마리로 기증 동물 숫자가 늘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김 목사는 “지난 20년 동안 국내 동물원 개체 수는 4000여 마리에서 3000여 마리로 줄었으나 동물 국제교역은 갈수록 엄격히 금지되는 추세”라며 “서울대공원 고위 관계자가 ‘감옥에 가는 한이 있어도 반입하려 했던 희귀 동물들이 스리랑카 덕분에 확보됐다’며 기뻐했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10여 년 전부터 도움을 줘온 국내의 한 스리랑카 노동자가 ‘삼촌이 있는데 설날 잔치에 불러 줄 수 있느냐’고 부탁해 그를 한국으로 초청해 대접하면서 친분을 쌓았는데 알고 보니 노동부 장관을 지낸 야당 국회의원이었다”며 “그가 지금의 스리랑카 대통령이 돼 한국에 큰 선물을 안겨준 것”이라고 전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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