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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한국문학 … 서정 되살아난 시, 종말론 스며드는 소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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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올해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 본심에 진출하는 10명씩의 얼굴이 가려졌다. 시인 나희덕, 평론가 유성호씨 등으로 구성된 미당문학상 예심위원들은 23일, 평론가 정홍수·김미현씨 등이 포함된 황순원문학상 예심위원들은 21일 각각 마지막 예심 회의를 열어 본심 진출자를 가렸다.

그 결과 미당문학상 본심에는 ▶고형렬 ▶김경미 ▶김행숙 ▶마종기 ▶박주택 ▶박형준 ▶송재학 ▶신용목 ▶장석남 ▶허수경 등 10명의 시인이 진출했다.

황순원문학상 후보작으로는 ▶강영숙의 ‘어떤 싸움’ ▶권여선의 ‘팔도기획’ ▶김애란의 ‘물속 골리앗’ ▶박성원의 ‘하루’ ▶배수아의 ‘무종’ ▶손홍규의 ‘투명인간’ ▶윤성희의 ‘공기 없는 밤’ ▶이승우의 ‘칼’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 ▶한강의 ‘훈자’ 등 10편의 단편소설이 뽑혔다.

미당문학상 예심위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평론가 홍용희, 시인 문태준, 평론가 최현식· 유성호, 시인 나희덕씨. [강정호 인턴기자]

올해로 10회째인 두 문학상은 미당 서정주(1915∼2000), 소설가 황순원(1915∼2000) 선생의 문학세계를 기리기 위해 2001년 제정됐다. 최고의 시 한 편, 소설 한 편을 가리기 위해 주요 온·오프라인 문예지에 실린 시·단편소설들을 전수 조사한다. 올해 시는 50여 종, 소설은 20여 종의 문예지 1년치 분을 훑었다. 때문에 심사과정에서 최근 1년 동안의 한국문학 지형도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미당 예심위원들은 “올해는 미래파로 대표되는 1970년대생 시인들이 약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다섯 명이나 됐던 70년대생 시인들은 올해 두 명으로 줄었다. 대신 50년대생들이 늘어 세대 안배가 이뤄졌다. 소설은 정반대로 최근 몇 년 새 앞다퉈 생긴 각종 장편문학상의 영향을 받아 단편쓰기는 상대적으로 위축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런 가운데 30∼40대 작가들의 단편 쓰기가 두드러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당·황순원문학상은 본지가 주최하고 LG그룹, 중앙 M&B가 후원한다. 미당문학상 상금은 3000만원, 황순원문학상은 5000만원이다. 본심은 8월 말에 열리며 수상자는 본지 창간기념일(9월 22일) 무렵 발표한다. 후보작들은 8월 한 달 간 지면을 통해 소개된다. 올해 미당문학상 예심은 시인 나희덕(44·조선대)·문태준(40)씨, 문학평론가 유성호(46·한양대)·홍용희(43·경희사이버대)·최현식(42·경상대)씨 등이 맡았다. 황순원문학상 예심은 평론가 정홍수(47)·김미현(44·이화여대)·심진경(42)·백지연(40)·이수형(36)씨가 각각 맡았다.

황순원문학상 예심위원들이 후보작을 고르고 있다. 왼쪽부터 평론가 이수형·정홍수·김미현·백지연·심진경씨. [강정호 인턴기자]

◆미당문학상 예심평=“지난해와 전혀 판이한 그림이 그려졌다(유성호)”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본심 진출자가 크게 바뀌었다. 그만큼 70년대생 미래파의 ‘퇴조’가 뚜렷했다. 최현식씨는 “미래파 시인들이 앞으로 자기 세계를 어떻게 만들어가느냐는 문제 앞에서 방황하는 것 같다”고 했고, 홍용희씨 역시 “미래파가 나름의 질서를 찾아가는 중인 것 같다”고 했다.

문태준 시인은 “상대적으로 서정적인 시가 강세”라며 “그렇다고 목소리가 동일한 게 아니라 시인 각자가 새로운 서정 찾기에 골몰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나희덕씨는 “새로움을 향해 자신을 던지는 시인이 줄어들어 전체적으로 폭발력은 약해진 느낌”이라고 평했다.

◆황순원문학상 예심평=종말론적 상상력이 반영된 작품이 두드러진다는 평이었다. 박성원의 ‘하루’, 편혜영 후보작 ‘저녁의 구애’의 전반부,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기는 상황을 설정한 김애란의 ‘물속 골리앗’ 등이 그런 예다. 김미현씨는 “2012년 지구 종말설, 9·11테러와 영화로도 만들어진 코맥 매카시의 소설 『로드』의 영향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홍수씨는 “권여선·배수아 등 글쓰기나 문학적 진정성 자체를 소재 삼아 파고드는 작품들도 여전히 한쪽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진경씨는 “이승우·손홍규·김애란 등 가족 안팎을 다루는 이른바 가족서사 작품들도 분명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신준봉·이경희 기자
사진=강정호 인턴기자

◆ 2010 미당문학상 후보 시인 (총 10명, 가나다 순) 

고형렬 김경미
김행숙 마종기
박주택 박형준
송재학 신용목
장석남 허수경

◆ 2010 황순원문학상 후보작 (총 10편, 작가 가나다 순) 

강영숙의 ‘어떤 싸움’
권여선의 ‘팔도기획’
김애란의 ‘물속 골리앗’
박성원의 ‘하루’
배수아의 ‘무종
손홍규의 ‘투명인간’
윤성희의 ‘공기 없는 밤’
이승우의 ‘칼’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
한강의 ‘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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