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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는 한 손으로" 고이즈미에 '김정일 상대 요령' 주문 쏟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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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 정부는 북·일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일거수 일투족에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고 총리용 '김정일 대비책'을 마련했다고 16일 일본언론들이 전했다.

이에 따르면 고이즈미 총리는 우선 金위원장을 만날 때 두손으로 악수하고 강하게 포옹하는 등 친밀감을 표시하는 행동을 피하기로 했다는 것. 특히 공항에서 金위원장을 처음 만나 악수할 때는 한 손만 사용하며 사후에 오해를 남기지 않도록 평양 시내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통역 없이는 金위원장과 단 둘이 같은 차량에 탑승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고이즈미 총리가 평양에 머무르는 동안 경호요원과는 떨어질 수 있어도 통역은 반드시 곁에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일본 정계의 반응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총론 온건, 각론 강경'이다. 우선 여야 가리지 않고 정상회담 자체는 환영하고 있다. 일본이 북한을 국제무대로 끌어냄으로써 아시아 안전보장에 기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 정상회담이 '정치쇼'로 끝날 우려가 있다며 북한에 의연한 자세로 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민주당 간사장 대리는 "북한의 정치체제가 변하지 않는 이상 국교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므로 초조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일본의 언론들은 고이즈미 총리에게 김정일 위원장을 거칠게 몰아붙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5일 '이유 있는 결렬이 돼도 좋다'는 사설을 통해 "성과를 올리려고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며 "의연하게 일본의 생각을 분명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도 사설에서 "한번의 회담으로 국교정상화 교섭재개를 결정하려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경호를 맡은 일본 경찰청과 경시청은 통상적인 총리의 외국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권총을 휴대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청은 이미 경호책임자로 심의관급을 평양에 파견해 교통 및 통신 사정을 점검했다.

그러나 경찰청이 테러 및 도청을 막기 위해 고이즈미 총리가 머무를 방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좌우의 옆방을 보여달라고 요구하자 북한 측이 "창고이므로 볼 필요가 없다"며 거부했다는 것. 이를 놓고 북·일 경호담당자들이 한바탕 승강이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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