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중국의 두 얼굴 베이징과 취푸: 수술은 서구식… 회복땐 중국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베이징에서 만난 류장린(劉長林·사회과학원)교수는 중국 자존론, 중국 중심론의 부활을 철학적으로 집요하게 추구하고 있는 학자였다. 그는 동서문명과 동서철학을 혼합될 수 없는 두 가지 상이한 원리에 기반한 것으로 이해했다.

동양, 즉 중국의 사상은 음양(陰陽)상보적·순환적·조화적인 반면 서양의 사상은 분석적·배타적·직선적·공격적이라 했다. 어느 정도 속설이 될 만큼 널리 퍼진 주장들을 꼼꼼하게 체계화한 그의 이론은 역사적 해석으로 보강되고 있었다. 서양문명사는 타자를 말살하고 정복해 온 역사인 반면, 중국 문명사는 타자를 포용하고 교화해 온 역사라는 것이다. 과연 동서 문명사를 그렇듯 선악의 이분론으로 나눠볼 수 있는 것일까.

강력한 현대화 서풍(西風)의 위력 앞에서 중국 문명과 전통의 위상을 당당히 확보하고 있는 곳은 중의약(中醫藥)분야였다.

베이징 중의약 대학 부속병원 부원장 전리신(陣立新)교수 역시 중국 의학과 서양 의학은 근본 원리가 달라 이론 자체를 결합하기는 힘들다고 말해 류장린 교수와 비슷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실용적 차원에서 중국·서양 의학이 서로의 장점을 보완해 가며 임상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술을 서의(西醫)가 했다면 회복과정은 중의(中醫)가 맡는 식이다.

陣교수가 근무하는 병원은 중의약 병원임에도 전체 의사의 3분의 1이 서의(西醫)였다. 중국에서 모든 병원은 이처럼 중의와 서의가 공존해야 한단다. 중·서 협진 방식은 신약(新藥)개발과 치료에도 적용되고 있었다. 이 병원의 한 투약실에서는 환자들이 전통 약재로 개발한 신약을 링거주사로 맞고 있었다. 문명간 충돌과 대화가 공존하는 현장이었다.

베이징·취푸(중국)=김상준 경희대 NGO대학원 교수, 배영대 기자

협찬: 대한항공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