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한국인 푸대접 "결핵 위험국… 검사 받아야 거주 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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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네덜란드에서 거주 수속을 밟고 있는 鄭모(여)씨는 본지 기자에게 e-메일을 보내와 "최근 지역보건소(GGD)에서 기분 나쁜 신체검사 통지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통지서에는 "'위험 지역'에서 온 외국인은 반드시 결핵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한국은 위험지역에 포함돼 있다"고 적혀 있었다.

결국 鄭씨는 보건소에서 남자 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의를 모두 벗고 X-레이 검사를 받아야 했다. 鄭씨는 "네덜란드가 아직도 우리를 후진국으로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 사는 우리 교민들은 '히딩크 열풍'에 따른 양국간 친밀감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거주허가증·운전면허증 발급 과정에서 일본은 물론 홍콩·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국가 출신들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鄭씨처럼 네덜란드에서 유학 등을 목적으로 3개월 이상 체류를 원하는 한국 국민은 결핵검사를 통과해야만 거주허가증을 받을 수 있다.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관계자는 "한국은 국제보건기구(WHO)가 지정한 '결핵 관리대상국'에 속하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과 함께 국제보건기구 서태평양지부에서 '결핵 중급 국가군'으로 분류됐는데 일본은 결핵검사 대상국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대사관 측은 "본국 이민국 홈페이지를 참조하라"고만 답했다.

국내에서 취득한 운전면허도 네덜란드에서는 효력이 없다. 네덜란드는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연합(EU)은 물론 일본·홍콩·싱가포르 국민들이 자국에서 딴 운전면허증을 인정해주고 있다. 대사관·지사 직원을 제외한 교민들은 현지에서 약 60만원의 비용을 내고 운전면허 시험을 다시 치러야 한다.

네덜란드 주재 한국대사관은 여러 차례 시정을 요구했지만, 네덜란드 측은 "한국의 운전면허 시험 과정이 철저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교민들이 현지 생활에서 겪고 있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네덜란드 관계당국과 계속 협의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권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개선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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